중국 겨냥 역할분담식 지역 MD 구축 … 미, 지휘체제 통합 시도

미국과 러시아가 유럽지역 MD(미사일방어)체제를 놓고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미국이 유럽MD 1단계 구축을 선언하자, 러시아는 사흘만에 MD망을 무력화시키는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다.

<사진:미국의 MD참여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척 헤이글 미 국방부장관 사진 연합뉴스 >

미·러 갈등의 축으로 떠오른 유럽MD는 △지휘통제센터를 독일 람슈타인에 두고 △터키에 탄도미사일 포착을 위한 조기경보레이더를 설치하며 △미국의 이지스함 배치와 함께 앞으로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 SM-3를 지상 배치하는 체계로 드러났다.

미국은 동북아시아에도 유럽과 같이 역할분담식 지역MD 구축을 시도, 중국과의 마찰이 커지고 있다. 한국이 탐지하면 미·일은 이지스함의 SM-3 미사일로 요격하는 이지스 탄도미사일방어(ABMD)체제를 만들고 있다.

특히 서해에서 작전하는 한국의 이지스함은 최신형 레이더 SPY-1D(V)를 장착, 중국의 코앞에서 최대 1000km까지 들여다볼 수 있어 중국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는 물론이고 중국 내륙의 미사일 기지까지 탐지가 가능하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북한 미사일이 미국 괌이나 오끼나와 등 일본을 공격하면 이지스함 레이더가 잡은 정보를 미국에 제공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포동 미사일을 우리 이지스함 레이더가 잡았을 때처럼 미군에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답변은 한미일 지역MD의 기반을 구성하는 이지스 MD체제의 참여를 시인하는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국이 보유한 이지스함 3척의 SPY-1D 레이더가 포착한 미사일 정보를 미국을 매개로 일본까지 전파할 수 있는 것이다.

캐슬린 힉스 미 국방부 수석부차관은 지난해 9월 24일 한 세미나에 참석 "한국이 MD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는 여러가지가 있다"며 "굳이 미사일을 사용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레이더망을 통해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한때 백령도에 탐지거리가 1000km가 넘는 X-밴드레이더 'TPY-2'로 추정되는 최신형 레이더의 설치를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기경보체계가 백령도에 설치되면 한국은 지역MD의 전초기지로, 북한뿐 아니라 중국까지 깊숙히 탐지가 가능하다.

현재 한국과 미국은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작전통제소(AMD-Cell)와 주한미군의 전역미사일방어 작전통제소(TMO-Cell)를 링크-16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군사전술자료 교환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이지스함이 탐지한 미사일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미국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과 일본이 미사일 정보를 직접 공유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도록 압박하고 있다. 마틴 뎀시 미 합참의장은 한일 양국에 대해 "한미일 3국간 '협력적' 미사일방어체제가 필요하다"며 "개별 MD의 합보다 통합적인 MD가 훨씬 낫다"고 밝혔다.

미국은 한일간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도록 지속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미 의회조사국은 '아태지역에서의 탄도미사일방어' 보고서에서 "탐지에서 격추까지 수분 사이에 진행되는 작업 특성상 (한일간) 지휘통제자동화(C4I)체계의 시스템 연동이 필수적"이라며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정보보호협정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복수의 군 관계자는 "미국이 여러 통로를 통해 무산된 정보보호협정을 다시 촉구하고 있다"면서 "정보본부를 통해 은밀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처럼 한미와 미일과 같이 한일간에도 정보보호협정에 기초한 네트워크의 공유가 이뤄지면 지역MD의 지휘통제체제 통합을 위한 기초가 완성된다. 한국이 탐지한 탄도미사일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미·일에 전파, 효율적인 요격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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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장기 기자 hjk30@naeil.com

김기수 기자 hjk30@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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