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들어 분야별 각계의 '정의당 대선 중간평가' 실시

"이대로 가면 '무난한 실패' 명확" 지적 목소리 커

대선·지방선거 동시 준비에 '재정·역량 부족' 지적도

내부정비→신진 양성→지방선거로 재기 발판 '재확인'

새해 들어서면서 정의당에 긴장감이 돌았다. 이대로 가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왔다. 각 분야별로 정의당의 조언그룹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예상대로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정의당 사정을 잘 아는 외부 인사들은 '대통령 후보 사퇴'까지 주문하기도 했다. '질서 있는 후퇴' '적절한 사퇴'도 전략일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정의당의 첫 목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내부 조직 재건과 차세대 양성 그리고 지방선거에서의 재기 실현이다.

대선을 치르면서 곧바로 이어지는 지방선거까지 준비할 수 있겠느냐는 역량의 부분과 대선 선거 기탁금을 소진한 후 전국적인 지방선거를 대응할 수 있겠느냐는 재정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심상정,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상정 후보는 '숙고의 시간'에 들어갔고 '결단의 시간'을 맞고 있다.

13일 정의당 대선 중간평가와 진단,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면담에 참여한 모 교수는 "정의당 대선캠프 핵심관계자들이 나눠서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가 있었다"면서 "단기적인 조언 수준이 아닌 전반적인 평가였고 의견수렴을 넓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방선거에 집중해라" = 그는 "정의당은 지방선거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아직 지방선거를 준비할 기초의회나 단체장 후보들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3월 9일 대선에 집중한 이후 6월 1일 지방선거를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대선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오면서 전반적인 지지층 결집이나 확장이 이뤄진다면 그 여세를 몰아갈 수 있겠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이 교수는 "2월 중순이면 후보기탁금도 내야 하는데 이 또한 부담"이라고 했다. 지방선거 준비를 위한 재원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애초부터 중진급의 심 후보가 지방선거 도전을 접고 대선에 나선 것은 '내부 정비'를 위한 것이었다. 김종철 전 당대표의 급작스런 사퇴로 인한 조직력 붕괴를 막고 기초를 다시 다지겠다는 계획이기도 했다. 따라서 반드시 대선을 완주하지 않더라도 붕괴를 일단 막아놓는 '정비'엔 성공했다고 보면 대선보다는 지방선거를 통해 다음 목표인 '재건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확인한 것은 전통적 지지층인 50대가 이탈해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간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30 여성들이 기후위기와 약자 인권 등을 이유로 새롭게 지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지지자와 의제 소구력으로 대선이 아닌 지방선거를 준비하면서 주요 대도시 후보를 빨리 내놓는 것도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배복주 부대표를 종로 보궐선거 후보로 다른 정당보다 빨리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다.

◆"이대로면 무난한 패배" = 정의당에서 주요 역할을 해왔던 모 인사 역시 이 '중간평가'에 참여해 조언을 했다. 그는 "정의당은 여전히 나는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모든 문제의 시작점을 '자기성찰의 부재'로 짚었다.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정의당의 '철저한 자기 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진보의제를 흡수해가고 거대양당의 네거티브 선거로 이어지면서 '구도'가 정의당에 불리하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심상정 후보는 여전히 오래된 사람, 익숙한 사람으로 차별성을 보여주기가 어렵다"며 "전통적 지지층이 진보정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부채의식이 더 이상 없다"고 했다. 이어 "젠더이슈는 포괄하는 유권자들이 많지 않다"면서 "20~50대 미혼, 기혼, 1인 가구 등에 맞는 맞춤형 필요를 채워주는 얘기가 안 된다"고 했다. 그러고는 "20년간 존재해 오면서 한국의 발전에 순기능을 해온 진보정당의 존재를 유권자에게 다시 환기시켜야 한다"며 "사즉생으로 반전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대선은 무난히 실패한다"며 "2만~3만명의 당원도 흩어질 것"이라고 했다. "후보사퇴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노동 이슈 제시하고 젊은 층 전면에" = 역시 정의당 조언그룹 중 한 명인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 교수는 "현재 난관을 헤쳐 나갈 뾰족한 수가 없다"며 "구도도 안 좋고 다른 정당과 차별성 있는 새로운 정책도 없다"고 했다. 그는 "목표를 심상정 선거운동으로 가지 말고 당 선거운동으로 가야 한다"며 "목표는 지방선거"라고 했다. 이어 "심상정 후보가 인지도는 있지만 옛날 사람"이라며 "선대위 자체가 너무 무겁고 류효정 의원 등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좁다"고 평가했다. "심 후보에 의한 선거로는 어렵다. 결단을 해야 한다"며 "늦은 감은 있지만 기조를 바꿔야 한다. 심정적 지지층과 이재명 유보층을 견인해야 한다. 역발상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지금처럼 대선 지지도가 2~3% 나오면 지방선거도 어렵고 진보정당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는 우려다.

그러고는 "선거방식을 다르게 해야 한다"면서 "페미니즘을 걱정할 게 아니라 20대 30대 여성을 겨냥하는 선거운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청년노동 행보가 없다"며 "차별금지법을 놓고 교회지도자들과 대화하는 모습처럼 중대재해기업처벌과 관련해 기업 관계자와 직접 만나는 행보로 현장에 가서 해결하려고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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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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