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뤘지만 올해는 밝지만은 않다. 세계 경제가 하반기부터 하향국면에 접어들고, 주요국의 물가도 오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팬데믹, 글로벌 공급망 복구 지연과 반도체 수급 불균형, 미중 패권경쟁과 중국 경제 리스크는 수출 위주의 국내 산업엔 악재다.

LG경제연구원은 세계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5.8%에서 올해 3.9%로 낮춰 전망했다. 주요국 물가는 2% 이상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경제 성장률도 지난해 3.9%에서 올해 2.8%로 낮췄다.

반도체·전기차·이차전지 '맑음', 화학공업 '흐림'

수출 분야는 세계경기 하락세 영향으로 둔화될 조짐이다. 세계 경제가 회복하는 힘이 약해지고 주요 수출국인 중국 경제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유가 및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꺾이면서 주요 소재산업을 중심으로 수출단가 상승효과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다행인건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성장세는 유지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 기조로 반도체, 전기자동차, 친환경선박, 이차전지 등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시장 전망은 '맑음'이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를 지난해보다 8.8% 증가한 6015억달러로 추정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6443억달러로 전망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도 마찬가지다. 가트너는 올해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규모를 지난해 대비 각각 21.5%, 18.8%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분야는 국내 기업이 세계시장을 지배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44%, SK하이닉스 27.2%다. 낸드플래시도 삼성전자가 34.5%, SK하이닉스가 13.5%를 기록했다.

올해 글로벌 자동차시장도 나쁘지만은 않다. 시장조사기관 마크라인즈(Marklines)는 올해 글로벌 신차판매가 전년보다 6.1% 증가한 8586만대로 내다봤다. 코로나19 이전 글로벌 연간 판매량은 9000만대 규모였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이 올해도 지속되겠지만 생산차질 강도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기차시장은 고성장이 예상된다. 전기차시장 확대 요인은 △바이든정부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정책에 따른 전기차 인센티브 증가, 인프라 투자 확대 △유럽연합 환경규제 강화 △중국 신에너지차량 의무생산 규제 강화 △글로벌 물류망의 탈탄소화 본격화 등이다. 현대차도 개발 일정을 앞당겨 2026년 전기차 판매목표를 170만대로 늘려 잡았다.

이차전지도 전망이 밝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세계 이차전지 생산이 출하량 기준 4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과 미국의 친환경차 육성정책 강화로 유럽·북미시장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다. 내수도 국내 전기차 출시 확대로 전년(19.7%)에 이어 올해 큰폭의 증가(19.0%)가 예상된다. 바이오헬스는 코로나 백신 수주 증가, 주요국 바이오시밀러시장 확대, 의료기기 수출 증가 등이 기대된다.

하지만 석유화학업종 올해 전망은 '흐림'이다. 글로벌 수요 확대폭보다 공급물량이 커지면서 수급불균형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주요 수요처인 중국 내수부진 전망도 화학업종에 부정적 요인이다.

글로벌 악재, 기업이 독자 대응하기에는 한계

게다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 원자재 가격 급등,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 2022년 한국경제 앞길엔 부정적 요인이 산재해 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 작업 등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 앞에 놓인 숙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D램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중국 우시 공장에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반입하려다 미국정부 반대로 보류됐다. 지난해 미국정부는 반도체 공급망을 점검하겠다며 국내외 반도체 업체들에게 매출 고객정보 판매·재고현황 등을 요구했다. 업계에선 미국이 이러한 움직임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 작업은 단기간에 끝날 사안이 아니다.

이러한 문제를 기업이 독자적으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 문재인정부 남은 임기, 그리고 차기정부가 적극 나서 기업들의 권리보호 방안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이선우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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