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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국민주치의로 건강관리]

'나의 주치의' 두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

일상생활 속 건강관리와 질병 발생-중증화 예방진료 책임 … "합리적 의료 이용, 건강격차도 해소"

등록 : 2022-01-14 11:18:34

지역사회 주민 개인의 건강관리와 진료서비스를 전담해 제공하는 주치의를 두자는 '국민주치의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고령화 사회로 먼저 진입했던 유럽 등 영미권 국가들은 고령인구의 증가와 그에 따라 나타난 만성질환자의 의료비 등 사회적 부담이 커지자 지역사회에서 주민 건강을 관리하는 책임의사(주치의)제도를 도입했다. 고혈압 당뇨 등 일상생활 속 건강관리와 경증과 응급조치 등 일차진료를 담당하게 되면서 주민의 건강을 유지-질환상태를 개선하게 됐다. 아직 우리나라는 국민 개인의 건강을 책임지는 담당의사가 없다. 자의적인 의료쇼핑과 대도시 대형병원으로 원정 진료, 과잉진료-과소진료 등 적절한 건강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높은 의료기술을 갖고 있다고 평가되는 국내 의료자원의 이용실태를 실제 들여다보면 여전히 비효율적이고 지역별-소득별 건강격차는 심하다. 개인에게 '주치의'를 두는 것은 국민의 권리다. 주치의제도의 필요성, 오해와 진실 등 정보를 제공한다.

정가정의원 정명관원장이 진료하는 모습. 정 원장은 동대문지역에서 오랜기간 주치의적인 진료방식을 추구해 3대가 찾는 '좋은의사'로 알려져 있다. 사진 이의종

 


우리나라 의료자원환경은 매우 기형적으로 형성돼 있다. 급성기 질환 관련 의료기술은 발전했지만 만성질환의 관리를 위한 영역은 매우 뒤쳐져 있다.

2019년 허혈성 뇌졸중 30일 치명률은 3.5%로 OECD 국가(평균 7.7%) 중 세번째로 낮았다. 반면 급성심근경색증 30일 치명률은 8.9%로 2009년 10.4%와 비교해 개선되었으나 OECD 평균(6.6%)보다 높았다.

지역사회에서 건강관리나 당뇨·고혈압 등 경증-만성질환자에 대한 진료관리 등은 적절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실제 고혈압환자의 혈압조절율은 43.8%, 그리고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조절율은 27.2%에 머물고 있다.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OECD 회원국 평균의 1.5배에 이른다.

2021년 질병관리청 역학관리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만성질환의 선행질환 유병률이 비만 고혈압 당뇨병은 지난 10여 년간 큰 변화가 없었고 고콜레스테롤혈증은 2007년 10.7%에서 2019년 22.3%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고혈압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선행질환의 인지율과 치료율은 45∼65%로 낮은 수준이었다.

시군구별 의료이용과 건강 격차도 심각하다. 고혈압 당뇨환자수가 가장 많은 지역은 전국 평균 2배를 넘어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0년 지역별 의료이용 통계연보'에 따르면, 고혈압의 전국 10만명당 진료인원은 1만3357명으로 나타났다. 고혈압 진료인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 충남 서천군은 2만7143명으로 평균보다 2.03배 많았다. 당뇨의 전국 10만명당 진료인원은 6771명이지만 전남 고흥군은 1만3796명으로 2배 이상 많았다.

이런 지표들은 우리 국민들이 '주치의'에 의해 환자교육과 상담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혈압 혈당 지질 등 건강상태를 목표수치에 맞춰 치명적인 관련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는 '일차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강정화 '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대표(한국소비자연맹 회장)는 "의료정보 홍수 속에서 의료 이용자가 스스로 현명한 판단을 내려 건강생활 실천을 하거나 좋은 의사와 의료기관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며 "모든 국민은 잠재적 환자이거나 환자로서 능력있고 정성을 다하는 좋은 의사를 만나고 싶어한다. 주치의제도 도입은 국민의 권리다. 국회와 정부는 국민의 건강권 실현을 위한 주치의제도 도입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원스톱 진료로 과잉-과소의료 막아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주치의제도는 주민의 선택으로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책임의사를 갖는 것으로 시작된다. 언제든 주민은 자신의 건강 상태와 증상을 상담할 수 있고 아프면 첫번째 진료를 받고 자신에게 맞는 후속 진료도 안내받을 수 있다.

지속적으로 주민(환자)와 주치의가 관계를 맺으면서 주치의는 주민의 건강정보를 잘 알게 되고 일상생활 속 적절한 건강관리와 질환 예방, 처치활동을 하게 된다.

그 결과, '원스톱' 진료로 과잉의료와 과소의료를 예방한다. 원하는 지역주민 모두가 주치의를 가지므로 건강불평등도 크게 줄게 된다. 의료비 지출 증가속도 감소로 국가와 국민의료비 부담이 줄게 된다. 여러 의료기관 이용으로 발생하는 약물 과다복용 부작용도 막을 수 있다.

◆주치의가 다른 전문의 상급병원 의뢰 가능 = 일반국민들은 주치의로부터 건강관리와 진료를 받아본 경험이 거의 없어 '주치의제도'에 대한 여러 오해들이 존재한다.

주치의제도 도입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의 '주치의제도 정확히 알고 이용하기'자료를 보면, 주치의제도에 대한 여러 가지 '오해와 진실'이 연구돼있다.

먼저 '주치의제도를 시행하면 원하는 다른 의사나 병원 이용을 못하지 않나'라는 의구심이 있다.

운동본부는 "주민은 아프거나 건강상담이 필요하면 주치의를 방문해 적절한 상담과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급할 때나 사정이 있을 경우 다른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사고가 나면 응급실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만약 선택한 주치의가 주민이 보기에는 '실력이 없거나 무성의하게 진료를 하는데 계속 진료를 받아야 하나'라는 질문이 있다.

운동본부는 "주치의가 불친절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등 주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주치의를 바꿀 수 있다. 가까운 혹은 멀리 있지만 마음에 드는 다른 의사를 찾아 등록하고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주치의는 전문의보다 실력이 없지 않나'라는 의구심도 있다. 운동본부는 "단과 전문의는 특정 장기와 질병에 관해 심도있는 수련을 받는다.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주치의는 지역사회에서 흔히 발생하는 질환과 건강관리에 필요한 포괄적인 수련을 마친 종합전문의이다. 일차의료 전문의와 상급병원에 근무하는 단과전문의가 다른 점은 실력이 아니라 진료 유형"이라고 설명한다.

특정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 싶은데 주치의에게만 진료를 받아야 할까. 아니다.

운동본부는 "단과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할 때 주치의는 주민의 증상과 질환을 잘 해결해줄 수 있는 적절한 전문의를 소개해줄 수 있다. 주치의는 혼자서 소아 노인 장애인 등의 모든 질환을 중증까지 다 진료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진료할 수 있는 흔한 질환들을 본다"고 밝혔다.

'유명하고 실력있는 주치의를 두고 경쟁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도 있다.

운동본부는 "먼저 주치의제도를 시행한 외국의 경우 실제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주민들의 입소문으로 평판이 좋은 주치의에게 등록하는 주민의 수가 많아지면 자연 진료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차선책으로 다른 의원을 찾게 된다. 만약 진료서비스에 차질이 생길 정도로 편중되면 지역의료관리센터가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수가나 보험료 등이 많이 오르지 않을까'라는 문제 제기도 있다.

운동본부는 "치료행위에 따라 책정되는 현행의 진료비 지불제도를 그대로 두고 주치의제적인 상담-관리 수가 등이 추가되면 인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착되면 비효율적인 의료자원의 낭비를 막고 건강수준이 향상돼 결과적으로 국민의료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주치의제 대상 모든 장애인으로 변경해야 = 우리나라에는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주치의제도가 도입돼 지난해 9월 30일부터 제3단계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은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를 "중증장애인이 거주 지역 또는 이용하던 의료기관의 의사 1인을 일반건강 관리의사 또는 주장애 관리의사로 선택해 만성질환(일반건강관리) 또는 장애 관련 건강상태(주장애관리) 등을 포괄적으로 지속 관리받는다"고 소개한다.

하지만 지난 2단계 시범사업에서는 실제 주치의로 활동한 경우가 87명에 그쳐 2019년 기준 중증장애인 98만명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아주 부족했다. 이번 시범사업에는 참여의사가 500명 이상 등록해 지난 사업 때보다 진일보했다.

김동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은 "현재 시범사업은 지난 사업보다 보완이 됐지만 장애인 개별 의료욕구에 부합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며 "주치의료진과 사회복지사 재활치료사 운동재활사 등 장애인 건강관리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한팀으로 접근·지원하는 체계 위에서 장애인건강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민주당. 비례)은 2021년 2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 대상을 중증장애인에서 '장애인'으로 개정하는 내용을 담아 경증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국민주치의제도를 도입하자는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이 법안도 반드시 통과해야 할 사안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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