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8층 평균 양생기간 7.7일

10월 짧게는 5일 만에도 타설

타설·양생기간 관련자료 확보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해명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 양생 불량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찰도 붕괴 원인을 불량 양생에 두고 사고 당시 콘크리트를 타설한 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내일신문이 확보한 붕괴 아파트 '콘크리트 타설 및 양생기간' 자료에서도 짧은 양생기간이 일부 확인됐다.<표 참조> 타설 및 양생기간은 붕괴원인을 규명할 중요한 단서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붕괴가 발생한 (25~38층) 아파트 층별 콘크리트 평균 양생기간은 7.7일(장마철 제외)이다. 현장작업자들이 줄기차게 제기했던 '5일 양생'도 사실로 드러났다. 1주일 이하 양생기간도 9개 층에서 확인됐다. 이는 시공사가 공기를 단축하려고 무리하게 타설작업을 진행했다는 지적을 뒷받침한다. 양생은 콘크리트 타설 후 하중이나 충격 등을 받지 않도록 보호 관리하는 기간이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은 이 정도 기간이면 양생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회사관계자는 "기온이 20도 이상일 경우 4일, 10~20도 사이일 때 6일 후면 거푸집을 해체하고 타설이 가능하다는 표준 시방지침을 지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 주장은 다르다.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소속 최명기 전 동신대 교수는 "시공사는 양생기간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양생기간이 짧으면 콘크리트 강도에 바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전 교수는 붕괴 단면에 드러난 철근상태가 양생이 덜 된 결정적 증거라고 지적했다.

사고 당시 영상과 사진을 보면 붕괴 단면에 드러나 철근 표면이 너무 깨끗하다. 양생이 잘 된 상태라면 콘크리트 덩어리가 철근에 붙어있어야 하는데 그런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양생이 제대로 안 되면 콘크리트 강도 역시 약해진다"면서 "약한 강도 때문에 바닥 슬래브와 외벽이 한꺼번에 무너진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층수마다 타설 후 테스트를 통해 압축강도를 확인하고 공사를 진행해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경찰도 불량 양생을 확인하기 위해 사고 당시 공사를 진행한 콘크리트 타설업체와 펌프카 업체, 레미콘 공급업체 등을 지난 12일 각각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타설 일자 등이 담긴 자료 등을 압수했다. 특히 레미콘 공급업체에서 작업물량과 레미콘 투입량 등이 담긴 자료를 확보했다. 이 때문에 수사가 '불량 레미콘 납품'으로 확대됐다는 관측을 낳았다. 레미콘 역시 콘크리트 강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레미콘 납품업체는 모두 11곳으로 확인됐다. 이중 광주업체가 7곳이고, 전남업체가 4곳이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작업물량 등을 비교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했다"면서 "이를 통해 자료 가공 여부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레미콘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대형현장에서 품질 때문에 문제가 됐던 사례는 없다"면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당국은 13일 사고현장에서 실종 작업자 6명 중 1명을 확인하고 구조작업을 진행 중이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방국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