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cancel

내일신문

우크라 사태 '제2의 쿠바' 비화 조짐

러 "안보협상 실패시 쿠바 등에 군사인프라 배치" … 미 "제2의 쿠바는 없다"

등록 : 2022-01-14 10:36:05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정책에 강력 반발하며 우크라이나 인근에 군사적 긴장을 높이고 있는 러시아가 서방과의 안전보장 협상이 실패할 경우 중남미 쿠바나 베네수엘라에 군사 인프라를 배치하는 조처를 언급했다. 미국은 "제2의 쿠바사태는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긴장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과 안보협상을 이끌었던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13일(현지시간) 러시아어 국제 TV 방송 RTVi와 인터뷰에서 협상 실패 시 가능한 사태 전개에 대한 질문에 "무엇도 배제할 수 없다"며 군사인프라를 언급했다. 이는 냉전 시절인 1962년 옛 소련이 공산권 쿠바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미국을 겨냥하는 핵미사일 배치를 시도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을 연상시키는 발언이었다.

우크라 사태 논의 후 기자회견 하는 OSCE 의장│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국 폴란드의 즈비그니에프 라우 외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 위기를 두고 러시아와 서방이 이날 빈에서 열린 OSCE 상설 이사회에서 해법을 논의했지만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빈 AP=연합뉴스


랴브코프 차관은 "모든 것은 미국 동료들의 행동에 달려 있다"면서 "러시아 대통령은 상황이 러시아에 대한 도발과 군사 압박 강화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러시아의 해군 등에서 어떤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얘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를(군사적 해결을) 원치 않으며 외교관들이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고 외교적 해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만일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고 미국과 나토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배치되면 이 미사일들이 모스크바까지 도달하는 데는 최대 5분까지 줄어들 것이라면서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은 동시에 러시아의 '치르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로 무장한 군함들이 공해상에 배치될 때도 비슷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서방미사일이 배치되는 상황이 오면 러시아도 해군 등을 동원해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핵전쟁 위기로까지 치달았던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위기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극적 타협으로 해결됐다.

미국은 쿠바를 침공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소련은 미사일을 철수하기로 타협한 것이다.

랴브코프 차관은 지난 10일 미국과의 제네바 안보 협상 이후 미국과 가까운 시일 내에 협상을 재개할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전달한 안전보장 문서의 핵심 요소들에 대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옛 소련 국가인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지난해부터 약 10만 명의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면서 해당 지역 내 군사적 위기가 고조됐다.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이르면 올해 초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설을 부인하는 대신 오히려 미국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늘리며 러시아를 위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국 등 서방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나토가 우크라이나 등 러시아 인근 국가들에 공격 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를 채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러시아와 미국은 지난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첫 협상을 열었으며, 뒤이어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러시아-나토 간 협상이 이어졌고, 이날엔 오스트리아 빈에서 러시아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간 협상이 진행됐다.

미국도 좀처럼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MSNBC에 출연해 "러시아가 외교적 대화의 길을 택하기를 강하게 바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준비돼 있다"며 "거대한 후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경제와 금융 그리고 그 밖의 매우 중대한 제재를 가할 것이고, 우리가 이전에 하지 않았던 것들이 포함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나토군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접경지대 방어 강화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 문제는 우크라이나를 넘어서는 사안"이라며 "일국이 무력으로 국경을 새로 그을 수 없고, 일국이 이웃을 무력으로 독재할 수 없다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관한 기본 원칙"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별도 브리핑을 통해 "기본적으로 외교적 해법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본다"며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정확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취하기로 결정했다는 관측을 내놓지 않고 있다. 즉 러시아에게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기회가 있다"고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두 상황에 모두 대비돼 있다"며 "우리는 협상을 이어갈 준비가 되어 있고, 동시에 우리의 동맹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발생할지 모르는 어떤 노골적인 공격에도 강력하게 대응할 대비를 갖추고 있다"고 확인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 외무차관이 중남미에 군사 인프라 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엄포'라고 규정하며 "만약 러시아가 그러한 방향으로 간다면, 우리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클 카펜터 OSCE 미국 대사도 러시아와 OSCE의 회담 직후에 별도 회견에서 "현재 우리는 유럽의 안보 위기에 직면했다. 전쟁의 북소리가 크게 들린다"며 "필연적 긴장 고조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 연합뉴스

twitter   facebook   kakaot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