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족·내부 공모 여부는 수사 계속 … 이씨 '단독범행'으로 진술 번복

2215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씨 사건이 검찰로 넘겨졌다. 경찰은 당초 '윗선 지시'를 주장하던 이씨가 '단독범행'으로 진술을 번복했지만 가족과 회사 내 공범 여부 등에 대해 계속 수사할 계획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강서경찰서는 14일 오전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 피의자 이씨에 대해 특정경제범죄법상 업무상횡령 혐의를 적용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강서경찰서 나서는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직원│오스템임플란트 회삿돈 2215억원을 빼돌린 이모씨가 14일 오전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이씨는 경찰서를 나와 호송차에 올라타며 혐의를 인정하는지, 단독범행이 맞는지, 피해자들에 할 말은 없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PDF 조작을 윗선이 지시했다고 진술했는데 사실인가" "가족들의 공모를 몰랐나" "부친 소식이 진술 번복에 영향을 미쳤나" 등 질문이 이어졌지만 이씨는 말없이 호송차에 몸을 실었다.

앞서 오스템임플란트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2215억원의 횡령 혐의가 발생했다며 재무팀장 이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잠적했던 이씨는 지난 5일 자택에 숨어있다가 압수수색에 나선 경찰에 체포돼, 8일 구속됐다.

그동안 경찰은 횡령액 가운데 다시 회사에 돌려 놓은 335억원을 제외한 실제 피해액 1880억원의 용처를 모두 파악했다. 이씨가 횡령금 681억원으로 구매한 1㎏짜리 금괴 855개도 모두 찾아냈다. 또 부동산과 주식, 예금 등 최소 330억원대 재산의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도 신청하는 등 대부분 환수했거나 환수할 예정이다.

다만, 이씨가 횡령한 돈으로 한 주식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분은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하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작년 3월부터 12월까지 총 1조28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매도금액은 총 1조1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씨가 작년 3월부터 횡령한 금액은 1880억원이지만, 주식을 사고팔고 되사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총 매매 규모가 횡령금보다 크다. 이씨는 주식 매매 과정에서 760억원 정도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씨는 횡령한 돈 등을 갖고 지난해 10월 1일 동진쎄미켐 주식을 1430억원어치 매수했다. 또 11월에는 엔씨소프트 주식 4000억원어치를 사들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손실을 냈지만 반드시 오른다 등의 정보가 없다면 개인이 투자하기에 지나치게 큰 액수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 부분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른바 회사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었다.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당초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던 이씨는 최근 '개인적으로 금품을 취득하기 위해 단독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 가족들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 추가 수사하는 한편, 회사에서 확보한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 가족이나 회사 내 공범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횡령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 오스템임플란트는 "직원 한 명의 단독 범행"이라고 밝혔지만 이씨의 지시를 받고 부하 직원들이 매일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하 직원들은 경찰 조사에서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이씨 말에 따라 PDF 편집 프로그램으로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무 결재라인 간부들은 "서면으로 보고 받아 횡령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재무담당자 한 명이 어떻게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TP)와 공인인증서를 모두 갖고 있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은 공범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오스템임플란트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재무 관련 부서 위주로 진행한 압수수색에서 경찰은 관련 서류와 사내 메신저 대화 내용,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확보해 윗선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 확인 중이다. 또 경찰은 현재 재무팀 직원 2명 등 회사관계자 5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한 경찰은 이씨가 횡령한 돈으로 부동산을 매입한 이씨 부인과 처제도 '횡령' 공범 혐의로 입건했다. 또 이씨 여동생과 처제의 남편도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측도 10일 이씨 아내, 여동생, 처제부부 등을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본사 재무팀을 압수수색 했는데 혹시 공모나 가담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예정"이라며 "오스템측에서 가족을 고소한 부분에 대해서도 가족들이 얼마나 가담했는지도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선 박광철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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