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재판 5번 받은 의사 결국 유죄

서양의학에서 쓰는 신경근성통증치료법(IMS, 근육 내 자극 치료법)이 한의학에서 이뤄지는 침술행위와 본질적 차이가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IMS 시술로 환자를 치료한 의사에 대해 5차례 재판 끝에 '한방의 영역을 침범했다'는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2011년 12월 한의사가 아닌데도 디스크 통증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근육과 신경 쪽에 30~60mm 길이의 침을 꽂는 IMS 시술로 한방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의료법은 '의료인'을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 한의사 등으로 규정하고, 각자가 전문 교육을 거쳐 받은 면허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한다. 다만 법령 안에 의사와 한의사에게 허용된 의료행위의 정의나 구분 기준은 없어서 법원은 구체적 사안에 따라 무엇이 무면허 의료행위인지를 판단해왔다.

IMS 시술은 한의학계와 의학계가 대립 중인 대표적인 영역이다. 몸에 침을 찔러넣는 시술이기 때문에 한의학계는 침술의 일종이라고 주장하고, 의학계는 현대 의학에 입각한 것이라고 맞서면서 관련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1·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침술이 아니라 근육을 자극하는 치료법인 IMS 시술을 했을 뿐이라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IMS시술이 한방의료행위인지는 양의학-한의학계가 의견이 다르고 보건복지부도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2014년 10월 1차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A씨가 'IMS 시술을 한 것뿐'이라고 주장하고는 있으나 어느 부위에 어떻게 시술했는지 알 수 없고, 1·2심이 시술 방법 등을 따져보지 않아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발인인 부산한의사협회는 제보를 받아 A씨의 병원을 찾았을 때 한의원에서 쓰는 침을 발견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고 사건을 되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다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IMS시술은 '통증유발점'에 침을 놓는데 한방 침술의 '경혈'과는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IMS는 30~60mm의 시술용 침을 사용하는데 한방 침술은 주로 짧은 침을 쓰는 것도 차이점으로 봤다. 침을 근육 안으로 밀어넣기 위한 도구인 플런저(Plunger)를 사용한 것 역시 침술과의 차이점이라고 했다. A씨가 전기자극기를 사용했고 한방침술을 배운 적이 없다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대법원은 다섯 번째 재판에서 A씨의 시술 방식을 개별 사안으로써 따져본 뒤 판단을 또 뒤집었다.재판부는 한방에서 침을 놓는 곳은 경혈 뿐 아니라 아시혈이 있는데 IMS시술의 통증유발점과 별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비교적 긴 IMS 시술용 침도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호침과 비슷하며 전기자극기 역시 한방 의료행위에서도 널리 쓰이는 등 두 시술방법이 본질적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의 시술행위는 한방 침술행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볼 사정보다는 오히려 유사성을 찾을 수 있을 뿐"이라며 "원심은 침술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검사의 상고를 받아들였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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