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한양대 교수, 정치외교학 유럽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이집트를 방문했지만 지역현황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아프리카는 지금 용광로다. 개발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는다. 특히 나일강 수역 국가들의 갈등은 세계적인 관심사다.

에티오피아정부가 2011년부터 건설에 착수한 아프리카 최대 댐인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GERD, Grand Ethiopian Renaissance Dam)의 2번째 담수가 2021년 7월 19일 완결됐다. 에티오피아와 나일강을 공유하고 있는 주변 국가들은 댐 건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일강은 아프리카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의존하는 그야말로 '아프리카의 젖줄'이다. 나일강이 흘러가는 이집트와 수단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에티오피아의 조치에 대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에티오피아 댐 건설은 나일강 유역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패권을 유지하며 나일강을 독점적으로 이용했던 이집트에 대한, 그리고 식민유산의 불공정성에 대한 도전이라는 의미가 있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지만 에티오피아의 댐 건설 문제는 해결 방향에 따라 중동 및 동북아프리카 정세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집트에 에티오피아가 도전장 낸 형국

에티오피아는 댐 건설을 경제성장계획(Growth and Transformation Plan)을 위한 필수 인프라이자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다. GERD를 완전 가동할 경우 원자로 6기 규모에 해당하는 6기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인구대비 전력 접근성이 44% 정도에 불과한 에티오피아의 전력 공급을 보완할 것이며,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전력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와 홍수예방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이집트 입장은 강경할 수밖에 없다. 이집트는 GERD 건설을 국민의 생존이 달린 수자원 안보문제로 보고 있다.

이집트는 활용하는 수자원의 90% 이상을 나일강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다. 인구의 49%가 농업에 종사하고 이집트 전체 수출량의 60%가 면화인 상황에서 수자원 확보는 절대적인 요구인 셈이다. 담수로 나일강 수량이 감소하게 되면 농업에서 피해가 커지고, 실업률도 높아질 것이며, 오염으로 인해 이집트 최대 자원인 관광산업에도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에티오피아가 GERD를 전략적으로 이용할까 우려한다.

수단의 입장은 대외적으로 GERD에 대해 중립을 표방하고 있다. 수량조절을 통한 홍수방지와 낮은 가격의 전력수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관계가 악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GERD에 찬성할 경우 1959년 이집트와 체결한 나일강 지분분할을 보장한 '나일강 양자협약'(Nile River bilateral agreement)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협상타결을 위해 3국 간 정상급 회담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역사적 맥락으로 살펴보자. 에티오피아와 이집트의 갈등은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이집트에 에티오피아가 도전장을 내미는 양상이다.

에티오피아는 1929년 영국과 이집트가 맺은 나일 수원협약(Anglo-Egyptian Nile Waters Agreement)이 나일강에 대한 이집트의 독점권을 용인하는 '역사적으로 잘못된 협정'으로 보고 있다. 이집트의 무바락(Mubarak) 및 무르시(Mursi)정권은 GERD에 대해 강경하고 적대적인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엘시시(el-Sisi)정권은 정치적 정당성 확보와 지역안보 협력을 위해 상대적으로 유연한 접근을 추구하고 있다.

이집트와 수단의 관계는 또 다른 문제다. 이집트와 수단은 1959년에 에티오피아를 배제한 채 체결한 '나일강 양자협약' 이행을 부담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2020년 3월 아랍세계에 영향력이 큰 이집트가 GERD 문제를 아랍연맹으로 넘기는 것을 반대했다. 수단과 이집트의 최근 관계는 원만하다. 지난해 6월 에티오피아 무장단체의 수단의 국경지역을 공격한 후 양국 관계가 소원해진 틈을 이집트가 외교적으로 파고든 것이다.

에티오피아는 수단의 독재자 알 바시르(al-Bashir)의 반인도적 범죄를 제소한 국제형사재판소(ICC,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결정에 반대하며 GRED에 대한 수단의 우호적 입장을 확보했다. 두 나라는 2014년 군사협정을 체결할 정도로 무난한 관계였다.

하지만 2019년 수단의 알 바시르가 실각하고, 2018년 에티오피아의 아비 아머드(Abiy Ahmed)가 총리로 취임하면서 관계가 다소 불투명해졌다. 2020년 5월 에티오피아 민병대가 수단 지역을 약탈한 사건 이후로는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국 간 지렛대 역할 떠맡은 수단

3국 입장에서 살펴보자. GERD 문제는 이집트-에티오피아 양국 간의 갈등과 함께 제3국 당사자인 수단의 역할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단은 양국 간 '가교'(bridge) 역할을 넘어 지역 패권국 이집트와 신흥 강국으로 부상한 에티오피아 사이에서 '지렛대'(leverage)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3월 세 나라는 'GERD 원칙 선언'(Declaration of Principles, DoP)을 도출했다. 하지만 2016년 이후 관련 협의가 답보상태였다가 이번에 에티오피아의 담수 문제가 부각된 것이다.

2019년 11월 이집트와 수단, 에티오피아 세 나라는 독립적 조사기구 발족 합의에 실패했다. 이후 이집트의 요청으로 미국과 세계은행 중재 아래 3국 대화가 재개됐다. 2020년 3월 에티오피아는 미국이 이집트를 지지한다고 판단하고 대화 참여를 거부했다. 세계은행이 참여했지만 협상은 사실상 미국 재무부가 주도하고 있다.

바이든행정부는 펠트맨(Jeffery Feltman)을 동북 아프리카 특별대사로 임명하고 GERD 분쟁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GERD 건설비용 대부분을 에티오피아가 자국 예산으로 충당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국제사회에서 개입할 여지는 크지 않다.

이집트가 2020년 6월 UN 안보리의 개입을 요청하자 에티오피아는 'GERD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만들려고 한다'며 비난했다. UN은 GERD 협상에 관여하지 않는 대신 로즈마리 디칼로(Rosemary A. DiCarlo) UN 사무차장 명의로 "이집트·수단·에티오피아 3국 관련 문제를 아프리카연합(AU)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에티오피아 이집트 수단은 중재자로서 AU의 역할을 기대하면서 2020년 6월 26일 협상에 합의했다. AU에서는 11일 동안 수차례에 걸쳐 3국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GERD 운영을 비롯한 기술적인 문제에 합의하지 못하고 결렬됐다.

2021년 AU 의장국인 콩고민주공화국은 'GERD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 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2021년 10월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콩고민주공화국을 지지한다'고 밝혔을 뿐이다.

상황변화 주시하면서 협력 지속 필요

GERD 관련 3국 모두 기본적으로 한국을 자국 경제개발 모델 혹은 협력대상국으로 생각한다. 한국이 어느 한편의 입장을 지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현지 상황변화를 주시하면서 3국과의 무역·투자 및 전통적 분야의 협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농업 인프라 구축과 관련, 댐의 수자원을 적극 활용해 3국의 농촌마을 개발, 농산물 수확 후 관리 등을 지원할 수 있다. 이는 지역빈곤 해소로 이어져 협력의 공동체문화를 확산할 수 있다. 더불어 문화교류 보건의료 과학기술, 그리고 기후변화 대응 같은 미래지향적 협력 등에서 함께 손을 맞잡을 수 있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