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불충분, 일상 이동 어려움, 의료 미충족 지속 … "통합돌봄법 제정·기금 조성해야"

정부는 노인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 취약계층이 지역사회에서 온전한 거주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통합돌봄서비스 선도사업을 지난 3년간 진행했다.

'의료-복지-주거-요양서비스를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자'는 지역사회통합돌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도사업 추진과정에서 여러 돌봄제도의 원활한 작동과 서비스 확충을 병행해야 하지만 선도사업에서는 부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시·군·구별 지역사회기반 돌봄체계가 정착될 때까지는 현행 중앙정부 사업의 보강, 지자체의 보충·보완적 사업 개발 운영, 지역사회의 자발적 활동의 결합 등을 함께 정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노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통합돌봄서비스의 고도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와 방안을 살펴본다.

진천군이 진행한 지역사회통합돌봄 선도사업 중 동네복지사의 원예교육 모습. 사진 진천군 제공


장애인이나 정신질환자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돌봄서비스가 정착되어 있는 노인도 지역사회에 거주하기를 원하지만 안정적인 거주공간이 없어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 등에 머무는 사례들이 있다.

지역에 머물고는 있지만 혼자 집안에서 불행한 생을 연명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이용 가능한 의료-복지-요양서비스가 맞춤형이 아닌 분절적으로 시행돼 온전히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이런 지역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는 2025년 지역사회통합돌봄서비스 전국 시행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지난 3년간 선도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장기요양제도·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 지자체의 노인돌봄자체사업·보건소의 노인건강사업, 정신건강센터의 지원사업 등이 그대로 작동되는 가운데 서비스가 필요한 노인에게 맞춤형으로 제공되지 못하는 '분절적 서비스 제공'이라는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역사회 거주에 필요한 안정적 주거공간 미확보와 의료이용 미충족 등으로 충분한 돌봄환경 구축이 병행되지 못했다.

강혜규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부원장)은 지난 11일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서비스의 충분성이 담보돼야 가능하다는 면에서 돌봄제도의 원활한 작동이 가장 중요한 전제"라면서 "지난 선도사업 과정에서 돌봄제도의 개편을 통한 서비스 확충 병행이 부진했다"고 밝혔다.

강 부원장은 이어 "돌봄체계의 재구조화 전환이 필요한데 단기간에 달성할 수 없다"며 집중 돌봄이 필요한 대상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점차 대상을 확대하는 사업 접근 방안을 제시했다.


◆지역사회 거주 저해 요소 확인 = 4월 29일 열린 2022년 제1차 통합돌봄 정책포럼에서 '돌봄의 고도화, 커뮤니티케어 실현을 위한 과제'로 발제한 강 부원장은 현행 노인 복지·보건서비스 가운데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저해하는 현 제도의 제한점을 지적했다.

우선 돌봄의 충분성이 부족하다. 재가 장기요양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등급별 서비스 욕구가 상이함에도 실제 서비스 이용시간은 유사하다. 등급별 유사한 서비스 이용시간은 급여한도액 내에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제도의 결과이다. 1∼2등급 와상 또는 치매로 인한 문제행동이 있는 대상자는 평균 이용시간인 3∼4시간보다 더 많은 양의 서비스 제공 시간이 필요하다. 별도의 간병인을 추가로 고용하거나 결국 시설로 이동하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장기요양 급여 이용시간 외 도움 제공자 중 유급도우미 이용 비율이 8.9%인데 1등급은 20.5%이다.

신규로 도입될 통합재가서비스는 돌봄제공 시간의 확대보다는 '욕구 대응 서비스 제공'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돌봄의 충분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또 통합재가서비스의 다횟수 방문요양은 최대 8일까지만 인정하고 있다.

가족 등 일차적 돌봄 제공자가 자리를 비울 경우 등으로 돌봄 공백이 생길 경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기보호기관이 할 수 있으나 단기보호기관은 2016년 269개소에서 2020년 148개소로 계속 감소했다.

일상생활 유지를 위한 이동지원에 어려움이 있다. 노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의료서비스 이용이나 생필품 구입 등을 위해 외부 활동이 필요하다. 재가급여의 이용자 18.3%는 외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의료서비스 욕구 미충족도 해결할 과제이다. 장기요양 1등급 대상자는 의료서비 스 욕구가 높다. 등급인정을 받았으나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대상자 중 병원입원자는 30.1% 요양병원 선호자는 10.0%로 나타났다. 또한 3개월 이내 외래이용을 하지 못한 경우도 13.1%로 의료서비스 욕구 미충족 비율이 높았다.

진천군 지역사회통합돌봄 선도사업에서 진행한 노인 이동서비스 제공 모습. 사진 진천군 제공


◆노인돌봄 추가 공급 비용 최소 3조3372억원 추산 = 일상적 돌봄의 충분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주택개보수와 서비스 지원 주택 확충 △통합재가서비스 노인맞춤돌봄서비스의 제공시간 확대 △이동지원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

고난도 돌봄의 충분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통합재가서비스 노인맞춤돌봄서비스의 제공시간 확대 △전문적 서비스 제공 △스마트 응급안전서비스를 통해 중증치매 등 문제행동 시에 신속한 대응과 안전 확보 △지역돌봄공동체에 의한 돌봄이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의료 욕구 미충족을 해결하기 위해 퇴원환자를 위한 급성기 퇴원환자 지웜과 기능회복지원, 만성질환 등 관리를 위한 재택의료 방문간호 가정간호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의료기관 방문을 위한 이동지원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강 부원장은 통합돌봄을 집중적으로 제공받아야 할 노인군을 41만6674명로 추정했다.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과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이용자 148만5839명 가운데 28%가 노인통합돌봄 추정 대상군인 셈이다. 현재 노인 돌봄제도 수준 대비 추가로 공급량을 확충하기 위해 적어도 3조3372억원의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정책 수행 주체 확실히 정해야 = 같은 날 토론에 참여한 김창오 중앙대 지역돌봄연구소 교수는 "노인 분야에서 돌봄 불충분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에 강하게 동의한다"며 "통합돌봄 2.0모형에서는 보건의료서비스가 충분히 강화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통합돌봄에서 보건의료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재량예산 △사례관리전담기구 △통합재가컨소시엄 등 지자체 혹은 건강보험공단의 조정 수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포럼 토론에서 지역사회통합돌봄을 실질적으로 고도화하기 위해 △요양병원의 구조적 재편 △장기요양제도의 대대적 혁신 △치매대책 정비 △지역돌봄기금 조성을 위한 법제도 정비 △고령자지원주택을 지역사회통합돌봄 주거지원으로 활용 가능하도록 법제 정비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 교수는 "지역사회통합돌봄법을 제정하고 창발적인 지역사회돌봄을 위한 지역사회돌봄기금을 조성하며 돌봄코디네이터 등 전문인력과 생활권별 거점 종합돌봄센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부원장은 11일 "통합돌봄 추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며 많은 쟁점을 심도 있게 논의해 나가면서 실효성 높은 대책들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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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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