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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내일시론]

'검수완박'이 지나간 자리

등록 : 2022-05-13 11:56:20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검수완박법'은 이도저도 아닌 누더기 법안이 됐다. 검찰의 직접수사권 몇개 더 축소하는 수준에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법 개정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졸속입법, 방탄입법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지지자들은 "이럴거면 그 난리를 왜 쳤나"고 목소리를 높인다. 막판 합의를 번복한 국민의힘 역시 내부의 거센 반발 속에 자중지란을 겪으며 무기력을 드러냈다. 애꿎은 원내대표만 '바보'가 됐다. 검찰은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원성이 높다.

당사자인 검찰은 평검사 등 전체가 들고 일어나 반대했지만 입법권을 넘어서지 못했다. "검찰(수사권)이 없으면 범죄가 판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압도적인 국민의 지지를 불러오지는 못했다. 국민들은 '잘나가는' 사람들간 싸움보다 어려워진 살림살이가 더 걱정이다. 어찌보면 이번 파동은 모두에게 '영광없는 상처'만 남긴 채 더 큰 갈등의 불씨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이제 대통령까지 배출했다. 과거 육사가 박정희, 그중 하나회가 전두환·노태우를 배출한 것과 비교하는 것은 비약일지 모르지만 시중 호사가 사이에선 '00프로젝트' 등 비슷한 얘기가 떠돈다. 검찰 내 '윤석열 사단'들은 대통령비서실과 정부 요직을 차지하며 전과(?)를 챙기고 있지만 남은 자들은 중수청 설치 등 2차전을 치러야 한다.

'검찰 신봉자'인 대통령과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검찰의 든든한 후원자임에 틀림없다. 비록 수사권이 축소됐지만 증권범죄합수단, 상설특검, 검찰 수사정보부서 부활, 검경협의체 가동 등 여소야대 국회를 우회할 다양한 수단들이 거론된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헌법정신 되새겨야

사실 국민들이 볼 때는 여야 정치권과 검찰 경찰 등이 주장하는 내용의 옮고그름을 판단하기 힘들다. 어쩌면 정답은 처음부터 없었는지 모른다. 다들 자신들의 관점에서 근거를 찾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정립할 때 사용한 개념인 '좌표계'가 서로 다르니, 법률전문가도 아닌 국민들 눈에는 그저 '자리싸움'일 뿐이다.

검찰의 가장 큰 반대 명분은 "범죄로부터 국민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계곡 살인' '마산 등산로 살인사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등 경찰 단계에서 밝혀내지 못하다가 검찰 수사에서 해결된 많은 사례들을 쏟아냈다. 반면 최근 공직기강비서관 임명 과정에서 논란이 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이나 '다스 무혐의 처분' 등 검찰의 과잉·덮기수사를 보여주는 반례도 수두룩하다.

검찰 출신인 홍준표 대구시장 후보는 "정치수사를 통해 늘 정권의 앞잡이만 해온 검찰의 자업자득"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대한민국 검찰의 능력과 공은 충분히 인정받고 계승돼야 하지만 어느 한 기관, 그 기관의 한 그룹이 권력화 독점화된다면 불행한 역사는 반복될 것이다. 검수완박 파동이 남겨놓은 다양한 과제에 대해 극한대립보다 토론과 의견수렴, 양보와 타협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모아야 한다.

개정법안의 위헌여부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다. 검찰이 법무부를 통해 권한쟁의신청을 한다면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단할 문제다.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모두가 한목소리지만 이도 '좌표계'가 틀리고 아전인수격이 많다. 중대범죄수사청, 이른바 한국형 FBI가 우리 현실에 맞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민과 헌법가치에 충실하겠다"고도 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총강 다음으로 국민-국회-정부 순으로 돼 있다. 대통령과 행정부는 세번째다. 더욱이 검찰은 헌법이 아니라 정부조직법에 있는 법무부 산하 조직이다.

좌표계를 봉사에 두면 싸울 일 없어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보면 '검찰 PROSECUTION SERVICE'라고 돼 있다. 직역하면 '기소를 도와준다'는 의미다. 기소와 수사권 분리 논쟁을 하자는 게 아니다. 기소를 위해 수사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서비스(SERVICE), 즉 국민에게 봉사한다는 것이다. 검찰을 봉사기관이 아니라 파워(POWER), 권력으로 보는 한 해법은 묘연하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게 아니라 군림하면 미래는 없다.

눈앞의 파워게임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국민적 신뢰를 얻는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좌표계를 봉사에 두면 싸울 일이 그리 많겠는가. 검수완박 논란의 당사자들은 말로만 국민을 외칠 게 아니라 진정한 헌법정신을 되새길 때다.

차염진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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