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환율상승 액티브 자금 유출 자극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 2009년 이후 최저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원달러환율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300원선을 위협하며 치솟는 환율 급등에 외국인 자금 이탈은 심화되고 이는 다시 환율 상승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셀코리아 행진에 올해만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15조7000억원에 달하는 증시자금이 이탈했다. 증시전문가들은 원달러환율 상승 자체보다 가파른 상승 속도가 자금 유출을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증권가, 원달러 상단 1350원까지 상단 고점 높여 = 13일 오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일대비 2.2원 오른 1290.8원에 장을 시작했다. 6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전일 원달러환율은 전 거래일(1275.3원)보다 13.3원 급등한 1288.6원에 장을 마감했다.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1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장중에는 1291.50원까지 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 지수는 104.76으로 전일보다 0.88% 상승했다. 2002년 12월 12일 이후 19년 5개월 만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달러화 강세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원달러환율 상단 전망을 1350원까지 높였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고환율은 민간 기업·금융기관의 외채 상환 부담에 대한 우려를 가중시키고, 극단적으로 위기 당시와 비교하면 2009년 3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64원까지 상승했다"며 "당시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외채 비율은 37.4%. 2021년 총외채비율은 35%까지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원화 약세 지속될 가운데 원달러 환율의 상단은 1350원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외평채 5년 CDS 프리미엄CDS premium(신용부도스와프)은 5월 들어 0.4%p대에 진입함에 따라 자본유출 가능성 등 대외건전성 우려가 부각했다. 강달러에 따른 원달러환율 급등은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도를 유도해 주가 하락을 이끌고 다시 환율 상승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신흥국 중에서도 매도 강도 높아 =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들은 연초부터 이달 12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15조787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기관투자자들이 10조5050억원을 매도하고 개인투자자는 26조2920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완전히 다른 행보다. 외국인들의 월평균 매도 금액은 3조9000억원 수준으로 2020년 2조1000억원과 작년 2조2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연초 이후 외국인의 한국 증시 순매수강도(순매수 규모/보유자산 규모)는 -0.5%로 신흥국 중에서는 대만(-1.1%), 터키(-0.61%) 다음으로 높은 매도 강도를 기록했다.

이은재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긴축과 고물가 장기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비우호적인 글로벌 요인과 함께 △IT 투자여건 악화 △증시 구조와 경기순환 △원화 약세 등 대내 요인들이 대규모 외국인 매도세를 촉발했다"며 "원달러환율 상승 자체보다 가파른 상승 속도가 자금 유출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높아진 환율 변동성이 액티브 자금 유출을 자극했을 소지가 크다. 이 전문위원은 "통상 환율과 외국인 순매수 간 선후관계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려우나,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액티브 자금은 환율의 위상 자체보다는 변동 속도에 민감하다"며 "지정학적 위험 고조, 가파른 상품 가격 상승세 등 급격한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원화 약세 전망으로 액티브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주식보유 비중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점도 문제다. 2020년과 2021년에도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가 있었지만 주가 상승에 따라 외국인 보유 잔액이 증가한 반면, 올해는 외국인 보유잔액이 감소하고 보유 비중도 2009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코스피 시총 내 외국인의 비중은 33.50%에서 34%까지 소폭 오르다 이달 12일에는 31.30%로 2.20%p 줄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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