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cancel

내일신문

두 달 넘도록 … 집권여당 리더십 혼란 '장기화' 태세

이 대표 징계절차 4월 21일 개시 … 윤리위, 내달 7일로 결론 또 미뤄

이 대표 "길어지는 절차 도움 안돼" 하태경 "시간끌기하며 망신주기"

등록 : 2022-06-23 11:43:17

초유의 사태다. 대선에 패한 야당도 아니고 대선에서 이겨 집권한 여당이 극심한 리더십 혼란을 겪고 있다. 더욱이 혼란을 종식시킬 여당 윤리위의 대응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여당 리더십은 두 달 넘도록 안갯속을 헤매게 됐다. 윤석열정권 초인데다 경제위기까지 닥친 마당에 여당이 집안싸움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국민의힘은 23일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과 증거인멸 의혹'으로 석 달째 극심한 리더십 혼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성상납을 받았고 측근을 통해 상납 증거를 없애려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대표는 "성상납도 없었고 당연히 증거인멸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배현진 내민 손 거부하는 이준석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배현진 최고위원과의 악수를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혼란을 해소할 열쇠를 쥔 국민의힘 윤리위는 지난 4월 21일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지만 6.1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사이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계속 확산됐고, 결국 당권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번졌다. 당권과 2024년 총선 공천권을 노리는 일부 친윤에서 이 대표 징계와 사퇴를 바란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 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편가르기 양상으로 치달았다.

22일 윤리위가 전체회의를 열면서 논란이 종식되는가 싶었지만 윤리위는 △내달 7일 이 대표의 소명 청취 후 (징계) 심의·의결 △김철근 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징계절차 개시만을 결정했다. 결론을 내달 7일로 2주일이나 다시 미룬 것.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이날 "(이 대표를) 징계할지 안할지도 소명을 다 들어봐야할 것"이라며 "소명하지 않고 예단해서 징계하겠다고 결정하고 소명을 듣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징계 심의 대상자인 이 대표와 김 정무실장은 강하게 반박했다. 이 대표는 22일 "이 길어지는 절차가 당의 혼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든 구성원이 알고 있을 텐데 길어지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김 정무실장은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에 대한 징계절차 개시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김 정무실장은 "당무감사위원회의 조사 절차를 거치지도 않아 윤리위가 징계 심의 대상자를 직접 조사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님에도, 제가 참고인으로서 한 소명을 사실상 윤리위의 직접 조사로 활용한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절차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윤리위 결정을 비판했다. 하 의원은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리위가) 뚜렷한 결론도 없이 계속 시간끌기 하면서 (이 대표) 망신주기 하면서 지지층 충돌 유도하고 그래서 결국 당 자해하는 이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김 정무실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윤리위가 22일 내린 두가지 결론은 이 대표에 대한 징계에 무게가 실은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 대표의 소명을 청취하겠다는 건 이 대표를 징계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얘기다.

만약 내달 7일 이 대표에 대한 징계가 내려지면, 이 대표는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윤리위 규정 30조(당 대표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최고위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를 앞세워 이 대표가 징계를 취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

현재 최고위는 이 대표에게 우호적인 최고위원이 더 많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윤리위의 결정이 또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경찰 수사결과 이후로 결론을 미루는 것이다. 이 경우 리더십 혼란은 기약 없이 장기화될 수 있다.

다만 이 대표에 대해 내달 7일 징계가 내려지고 이 대표가 이를 막지 못하면서 사퇴할 경우에는 차기 리더십을 둘러싼 새 국면이 펼쳐질 전망이다.

△대행체제 또는 비대위 전환 뒤 내년 1∼2월 조기전당대회 △8월 조기전당대회 뒤 내년 6월 정기전당대회 등 시나리오를 놓고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경제위기가 임박한 가운데 집권여당이 리더십 혼란을 장기화한 데 대한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twitter   facebook   kakaot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