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징계절차 4월 21일 개시 … 윤리위, 내달 7일로 결론 또 미뤄

이 대표 "길어지는 절차 도움 안돼" 하태경 "시간끌기하며 망신주기"

초유의 사태다. 대선에 패한 야당도 아니고 대선에서 이겨 집권한 여당이 극심한 리더십 혼란을 겪고 있다. 더욱이 혼란을 종식시킬 여당 윤리위의 대응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여당 리더십은 두 달 넘도록 안갯속을 헤매게 됐다. 윤석열정권 초인데다 경제위기까지 닥친 마당에 여당이 집안싸움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국민의힘은 23일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과 증거인멸 의혹'으로 석 달째 극심한 리더십 혼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성상납을 받았고 측근을 통해 상납 증거를 없애려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대표는 "성상납도 없었고 당연히 증거인멸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배현진 내민 손 거부하는 이준석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배현진 최고위원과의 악수를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혼란을 해소할 열쇠를 쥔 국민의힘 윤리위는 지난 4월 21일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했지만 6.1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사이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계속 확산됐고, 결국 당권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번졌다. 당권과 2024년 총선 공천권을 노리는 일부 친윤에서 이 대표 징계와 사퇴를 바란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 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편가르기 양상으로 치달았다.

22일 윤리위가 전체회의를 열면서 논란이 종식되는가 싶었지만 윤리위는 △내달 7일 이 대표의 소명 청취 후 (징계) 심의·의결 △김철근 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징계절차 개시만을 결정했다. 결론을 내달 7일로 2주일이나 다시 미룬 것.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이날 "(이 대표를) 징계할지 안할지도 소명을 다 들어봐야할 것"이라며 "소명하지 않고 예단해서 징계하겠다고 결정하고 소명을 듣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징계 심의 대상자인 이 대표와 김 정무실장은 강하게 반박했다. 이 대표는 22일 "이 길어지는 절차가 당의 혼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모든 구성원이 알고 있을 텐데 길어지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김 정무실장은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에 대한 징계절차 개시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김 정무실장은 "당무감사위원회의 조사 절차를 거치지도 않아 윤리위가 징계 심의 대상자를 직접 조사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님에도, 제가 참고인으로서 한 소명을 사실상 윤리위의 직접 조사로 활용한 것"이라며 "이는 명백한 절차 위반"이라고 반박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윤리위 결정을 비판했다. 하 의원은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리위가) 뚜렷한 결론도 없이 계속 시간끌기 하면서 (이 대표) 망신주기 하면서 지지층 충돌 유도하고 그래서 결국 당 자해하는 이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김 정무실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윤리위가 22일 내린 두가지 결론은 이 대표에 대한 징계에 무게가 실은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 대표의 소명을 청취하겠다는 건 이 대표를 징계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얘기다.

만약 내달 7일 이 대표에 대한 징계가 내려지면, 이 대표는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윤리위 규정 30조(당 대표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최고위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를 앞세워 이 대표가 징계를 취소할 가능성이 있는 것.

현재 최고위는 이 대표에게 우호적인 최고위원이 더 많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윤리위의 결정이 또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경찰 수사결과 이후로 결론을 미루는 것이다. 이 경우 리더십 혼란은 기약 없이 장기화될 수 있다.

다만 이 대표에 대해 내달 7일 징계가 내려지고 이 대표가 이를 막지 못하면서 사퇴할 경우에는 차기 리더십을 둘러싼 새 국면이 펼쳐질 전망이다.

△대행체제 또는 비대위 전환 뒤 내년 1∼2월 조기전당대회 △8월 조기전당대회 뒤 내년 6월 정기전당대회 등 시나리오를 놓고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경제위기가 임박한 가운데 집권여당이 리더십 혼란을 장기화한 데 대한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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