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지적받는 독립운동가들 더 세심하게 살필 것

공적심사위원회가 국민신뢰 받도록 최선 다할 것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은 외교노선 독립운동 재평가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처장은 저평가됐다는 지적을 받는 독립운동가들을 더 세심하게 살피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항일독립운동 평가에서 무장투쟁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지만 외교적 활동은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 외교노선을 취한 독립운동가에 대한 왜곡된 평가를 바로잡을 필요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경청할 만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독립의 과정은 지난했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항일독립운동의 여러 갈래 중 이승만 박사를 비롯해서 김규식 선생 등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은 주로 외교활동을 펼쳤다. 나라가 있어야 외교권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그 당시 우리나라가 독립이 안 됐다는 점에서 근원적 한계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외교노선은)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 독립유공자 훈격에도 여러 훈격이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도 아쉬운 측면이 있는 걸로 안다. 무장투쟁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오히려 큰 틀에서는 외교활동이 대한민국 광복으로 가는 길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 아니겠나. 외교라는 것은 국제정치이고 모든 것의 가장 핵심은 정치에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좀 더 재평가 받아야 할 부분이 있고, 외교운동에 나선 인물이나 사건 등이 재평가 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게 개인적인 소견이다.

■외교노선을 취한 독립운동가 중 한 예로 동농 김가진 선생이 있다. 일각에선 동농평가가 상식적이지 않고 왜곡됐을 뿐 아니라 누명을 쓴 측면이 있다고 본다.

국가보훈처장으로서 독립운동하신 한 분 한 분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게 사실 적절치는 않다. 그러나 많은 양식있는 분들이 독립운동 평가 관련해 아쉬운 측면을 토로하는 경우가 여러 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김가진 선생을 포함해 이상용 선생, 박상진 의사 등의 예가 있다. 한번 더 세심하게 살펴서 (저평가 등의)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겠다.

보훈처에는 절차가 있다는 점도 말씀드린다. 전문성을 갖춘 분들이 위원으로 참여해 서훈심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보훈처장으로서 특정한 케이스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 건 어렵다. 위원들이 공정하고 불편부당한 편향되지 않은 역사 인식과 경륜을 가진 분들이라고 알고 있다.

옛날에 등소평이 마오를 평가할 때 공이 7이고 과는 3이라고 했는데 독립운동을 한 분의 공은 9고 과는 1이라든지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럴 때는 좀 더 많은 국민들 여론을 수렴해 종합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평면적으로 봐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독립유공자를 위한 다양한 기념사업회들은 보훈처의 독립유공자 서훈심사가 너무 경직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역사학계의 계보 등에 따라 인물에 대한 평가가 편협하고 새로운 사실 관계가 발견돼도 수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포상 심사 당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심사 이후 추가적으로 밝혀진 경우, 공적심사위원회에 공적 재심사를 부의할 수 있다. 공적심사위원회에서는 기존 공적과 새롭게 확인된 사실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훈격 조정 여부 등을 심사한다. 독립운동을 하였음에도 포상되지 못하는 억울한 사례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공적심사위원회에 참여하는 위원 구성이 학계에 너무 편중돼 있다는 지적도 있고, 2심제도가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어느 부처든 위원회의 구성이 공정해야 한다고 본다. 위원회 결정에 조금이라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위원회 구성이 좀 더 다양하고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신경쓰겠다.

보훈처장을 하면서 여러 분의 말씀을 듣게 되는데, 100년 전 일에 대해서 아주 섬세하게 세밀하게 근거를 제시하는 분들이 많으시다. 보훈처 입장에서 얼렁뚱땅해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공정하고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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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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