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친정체제 구축 … '친문' 검사 좌천

'친윤' 승진·'친문' 좌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시행한 첫 검찰 고위간부 정기인사를 특징짓는 말이다. 특수부와 공안부 출신 '윤석열 라인' 검사들이 대거 검사장 승진 대열에 합류했으며, 첫 여성 고검장도 탄생했다. 지난 정권에서 '친정부'로 분류됐던 검사들은 '유배지'로 불리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밀려났다.

법무부는 22일 대검검사급 검사(고검장·검사장) 33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6월 27일자로 단행했다고 밝혔다.

총 4명이 고검장으로 승진했고, 10명이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대부분 윤석열 대통령과 근무 인연이 있는 사법연수원 26~30기 검사들이다.

이번 인사 역시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특수통' 검사들의 발탁이 두드러졌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승진한 신봉수(29기) 서울고검 검사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7년 첨단범죄수사1부장을 맡아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했고, 이후 특수1부장으로 옮겨 '적폐 수사'를 이끌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 된 후에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승진했고,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다 좌천됐다. 대검 형사부장에 임명된 황병주 서울고검 검사(29기) 또한 윤석열 중앙지검장 아래에서 첨단범죄수사2부장을 맡았고, 이후 대검 특별감찰단장으로 자리를 옮겨 윤 대통령을 보좌했다.

연수원 26기 중 뒤늦게 검사장으로 승진한 임관혁 광주고검 검사 역시 중앙지검특수 1·2부장을 지낸 '특수통'이다. 윤 대통령이 총장 시절 직접 설치를 지시한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을 지내기도 했다. 서울동부지검장에 신규 보임된 그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마무리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의정부지검장에 임명된 신응석(28기) 서울고검 검사는 과거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 수수 의혹을 수사했고, 2018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을 맡아 윤석열 지검장을 보좌했다. 대전지검장으로 승진한 이진동(28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은 과거 윤 대통령과 함께 대검 중수부에서 '부산저축은행 비리 의혹'을 수사했다.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이던 시기에는 형사3부장을 맡아 다시 손발을 맞췄다.

'공안통'인 송 강 청주지검 차장검사(29기)는 요직 중 하나인 대검 기획조정부장에 올랐다. 서울북부지검장에 임명된 정영학 울산지검 차장(29기), 대검 과학수사부장에 임명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 1차장(29)도 공안 분야에서 두루 근무한 경험이 있다.

대검 공판송무부장에는 공판 업무를 두루 맡은 김선화 제주지검 차장검사(30기)가 승진, 임명됐다. 서울고검 차장검사 자리에는 노만석(29기) 서울시 법률자문검사가 승진, 보임됐다.

고검장으로 승진한 4명의 검사장도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분류된다. 대전고검장에 임명된 이두봉 인천지검장(25기)은 '윤석열 사단'의 좌장 격으로 검찰총장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렸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의 증거조작이 드러나자 피해자인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한 장본인이다. 부산고검장에 임명된 노정연 창원지검장은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고검장에 올랐다. 노 고검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19년 대검 공판송무부장을 지냈다. 평검사 시절 윤 대통령, 이노공 법무부 차관 등과 '카풀 출근'한 일화가 유명하다.

법무연수원장으로는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여환섭(24기) 대전고검장이 임명됐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 승진한 검사장들은 한직으로 밀려났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국면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편에 선 것으로 알려진 고경순 춘천지검장(28기), 추 전 장관 아들의 군 휴가 특혜 의혹을 수사한 김양수 부산고검 차장(29기)이 '유배지'로 불리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동훈 장관을 수사했던 '검·언 유착(채널A) 의혹' 사건 수사팀에 보완수사를 지시한 최성필 대검 과학수사부장도 같은 곳으로 보임됐다. 한 장관 취임 이튿날인 지난달 18일 인사에서 이미 한 차례 좌천된 신성식(27기)·이종근(28기) 검사장도 이날 추가 좌천인사로 연구위원으로 발령이 났다. 법무부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이 나 있던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박찬호 광주지검장(이상 26기)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날 인사 명단에 이름이 빠진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은 법무부에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와 관련 '검찰총장 패싱'이라는 지적에 대해 법무부는 "검찰총장 직무대리와 과거 어느 때보다 실질적으로 협의해 의견을 충실히 반영했고, 검찰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등 절차를 최대한 존중해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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