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 실수' 해명에도 '경찰 길들이기' 논란

전직 고위 경찰 "누군가 치고 들어와 번복가능"

사상 초유의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로 경찰 안팎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은 '실무자 실수와 의사소통 미흡' 때문이라고 해명하지만 '경찰 길들이기' '인사 대상자 간 힘겨루기' 등 여러 해석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경찰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가 행안부 경찰 통제 권고안이 공개되고, 이상민 장관이 조지아 출장에서 귀국하자마자 기습적으로 이뤄진 것이라 경찰 길들이기 등 여러 의혹이 나온다.

경찰국 신설 논란, 현장경찰관 긴급토론회 | 22일 현장 경찰관들이 충주 중앙경찰학교에 모여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경찰 통제 권고안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토론회를 하고 있다. 충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하지만 대통령실은 22일 브리핑에서 "경찰 길들이기를 한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며 "대통령실은 경찰 인사안을 수정하거나 변경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상민 장관도 "경찰청이 희한하게 대통령 결재 나기 전에 자체적으로 먼저 공지해서 이 사달이 났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행안부에서 치안감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연락을 받은 것은 21일 오후 4시쯤이었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회의는 같은 날 발표된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의 경찰 통제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한 것이었다.

경찰청은 이후 첫 번째 안을 행안부에 파견된 치안정책관으로부터 오후 6시 15분쯤 받아 7시 정도에 내부망에 공지했다. 하지만 8시 38분쯤 치안정책관이 유선상으로 수정 요청을 한 후 다시 최종안을 보냈다. 경찰청은 확인 과정을 거쳐 청장에게 보고한 뒤 9시 34분쯤 내부망에 재공지했다. 최종안에선 치안감 28명 중 7명의 보직이 당초 인사안과 다르게 수정돼 있었다. 이후 10시쯤 윤석열 대통령이 최종안을 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치안감 인사는 경찰청과 행안부, 대통령실이 협의해 안을 만든 뒤 경찰청장이 이를 추천하는 식으로 절차가 진행된다. 경찰공무원법 7조는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치안정책관이 애초 확정 전 인사안을 통보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는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행안부 담당자가 왜 처음에 잘못 보내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며 "대통령실, 행안부, 경찰청 삼자 간에 크로스체크해야 하는데 의사소통이 미흡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행안부 역시 "이번 사안은 중간 검토 단계의 인사자료가 외부에 미리 공지돼 발생한 혼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해명에도 논란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전 정부에서 중용됐던 인사를 '찍어내기' 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돈다. 또 주요 여당 인사들과 인연이 있는 치안감 승진자들이 요직을 맡아 뒷말이 나온다.

인사 대상자들에게 다음 날 오전까지 해당 부서로 이동하라는 지시가 함께 내려진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통상 경찰 간부 인사는 전국단위 인사라 2~3일의 말미를 준다. 지난 8일 치안정감 6명에 대한 전보 인사 때도 이틀 뒤 부임하도록 일정을 정했다. 이들 두고 김 청장 주재로 지난 21일 열린 회의에서 행안부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지적이다.

한편 경찰청은 김 청장 지시로 행안부 자문위 권고안 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이날 오후 첫 회의를 연다. TF는 자문위의 주요 권고 사안에 대응해 반박 논리를 구성할 예정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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