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 공포에 시장 '휘청' … 증시·채권 동시하락

파월, 경기침체 가능성 인정 … 금리인상 지속

원달러환율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장중 1300원을 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중앙은행 제롬 파월 의장이 경기침체(Recession)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개 인정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9시 45분 현재 1301.50원에서 등락 중이다. 전일대비 1.7원 오른 1299.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 후 약 10분 뒤 1300원을 돌파한 후 상승세를 보이며 사흘 연속 장중 연고점을 경신했다.

환율 1300원, 정점은 어디… | 환율이 전장보다 1.7원 오른 1299.0원에 출발한 지 약 10분 뒤에 1300원을 돌파했다. 장중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7월 14일(고가 기준 1303.0원) 이후 12년 11개월여 만이다. 사진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모습. 연합뉴스


전일(현지시간)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40년 만의 물가급등을 잡기위해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연속으로 단행하고 있다"며 "이는 수요를 냉각시키므로 분명히 불경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했다. 그동안 경기 연착륙 희망에 무게를 싣던 연준 고위인사들도 잇따라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2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통상 시장에서는 2개 분기 이상의 마이너스 성장을 경기침체로 정의한다. 연준의 마이클 카일리 수석 경제학자는 전일 발표된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제가 1년 안에 불경기에 빠질 가능성이 50%를 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강력한 통화긴축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 2%를 향해 둔화되고 있다는 분명한 근거를 발견할 때까지 금리인상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정책금리가 연말 3%를 넘어서야 통화긴축으로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둔화되었는지 평가할 수 있다"며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수준 이상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파월의장의 긴축 의지 재확인 속에 미국 3대 지수는 상승분을 반납하며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국채수익률은 파월 의장이 지속적인 금리 인상 필요성과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안전자산 선호에 채권 매수세가 이어지며 금리가 급락했다. 미 달러인덱스 또한 경기 경착륙 우려가 커지면서 104선에서 하락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달러인덱스 하락에도 원화 대비 달러화의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증시에서 대규모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달러화 역송금 수요가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코스피와 코스닥은 장 초반 장중 연저점을 또 경신하며 원화약세가 심화되고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주식시장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라는 두 악재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반영하며 변동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영숙 ·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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