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임대·임차인 앞세워 허위 전세대출 서류를 만들어 전세자금 대출금을 가로채는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전세대출이 쉽고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을 꾀어 가짜 임차인으로 내세워 '청년전세자금' 대출금을 받아 빼돌리는 사례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근로자전세자금대출, 청년전세자금대출 등의 대출금액 90%를 주택금융공사가 지급보증하기 때문에 은행 등 금융기관 심사가 상대적으로 허술하다는 허점을 이용했다.
이들은 우선 총책이 허위 임대인과 허위 임차인을 모집해 이들 간에 허위 전세계약을 체결하도록 한다.
대출 심사에 필요한 재직 증명서와 4대 보험 가입 증명서 등은 허위로 사업자 등록을 한 공범이 꾸며낸다. 대출금 상환 시기가 다가오면 사실상 공범인 허위 임차인이 파산 신고를 한다.
그런가 하면 급전이 필요해 대출을 알아보는 청년들이 사회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용해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소액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 '용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식으로 꾀어 명의를 도용하기도 한다. 명의를 빌려준 청년들은 공범으로 처벌을 받고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전세대출 사기로 인해 보증을 선 주택금융공사가 금융기관에 대출금을 대신 갚는 구조라 국고가 새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부산경찰청은 지난 20일 사기 등 혐의로 금융기관 직원 A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이들의 범행을 도운 4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2020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회초년생 등의 명의로 31건의 대출을 받아 5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은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대출을 알선해주겠다고 광고해 일정한 직업이 없는 사회초년생 등을 유인했다. 이들은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회초년생 등에게 숙식을 제공하면서 가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가출팸'을 구성했다.
이후 사기범들은 차명으로 취득한 주택을 가출팸 구성원이 전세 임차하는 것으로 계약서를 꾸며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다. 대출이 실행되면 해당 가출팸 구성원을 전출 시킨 뒤 또 다른 가출팸 구성원 명의로 다시 대출을 받았다.
이 방식으로 일당은 총 7건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1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금융기관이 대출을 실행할 때 공동주택 호실별 대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을 잘알고 있는 A씨가 악용한 것이다.
이들은 또 분양이 되지 않아 건축주가 전세 임대 중인 주택을 취득해 소유주가 됐다. 실제로는 보증금으로 주택 매매가의 70~80%를 낸 임차인이 거주 중이었지만 보증금 없이 임차 중인 것으로 위조한 계약서를 금융기관에 제출해 담보 가치를 높여 대출을 받았다. 이런 수법으로 24건의 대출을 받아 40억원을 받아 챙겼다.
앞서 지난 1일 충북경찰청도 B씨 등 4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중간모집책 4명은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 사기범의 범행에 가담한 임차인과 임대인 등 10명은 사기 혐의로 입건됐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20대 초반 청년들을 모집해 전세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하게 한 뒤 금융기관에서 모두 5차례에 걸쳐 청년 전세자금대출금 5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금융기관에서 비대면 대출이 손쉽게 이뤄지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용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꾀어 20대 임차인 5명을 모집한 뒤 허위 계약서를 쓰게 하고, 이를 금융기관에 제출해 명의자 1명당 1억원씩 대출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에게 명의를 빌려준 허위 임차인과 임대인 10명에게는 각각 500만원의 대가를 지급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이 노숙자 등을 가짜 임차인으로 둔갑시켜 국민주택기금으로 운용되는 주택전세자금을 대출받아 편취한 일당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가짜 전세계약서 등 허위 서류로 시중 은행으로부터 10차례에 걸쳐 11억5900만원 상당 전세대출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일정한 요건만 갖추면 전세보증금의 70~80%를 장기·저리로 대출해주는 근로자 주택전세자금 대출 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이들은 유령 회사를 설립하고 노숙자 등을 허위 임차인으로 모집한 뒤 주택 소유자와 짜고 가짜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수법으로 범행했다. 사기범들은 건당 7000만원에서 2억원의 대출금을 받아 챙겼다.
장세풍 기자 ·연합뉴스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