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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모든 물가 오르는데 쌀값만 28% 떨어졌다

햅쌀도 위태 … 4만원선 무너질 수도

시장격리 의무화 개정안은 '공전 중'

등록 : 2022-09-22 11:00:39

청양고추 가격 전년 대비 89.0%, 파프리카 46.5%, 애호박 17.2%, 오이 29.6% 상승. 추석을 전후한 9월초 농산물 가격 변동폭이다. 모든 물가가 상승곡선을 그릴 때 쌀값만 폭락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짜리 산지쌀값이 8월 15일 4만2522원에서 9월 5일 4만1185원, 9월 15일에는 4만725원까지 떨어졌다고 22일 밝혔다. 지난해보다 28% 떨어진 가격이다. 25일 가격조사에서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경우 신곡 조사를 시작하는 10월 5일에는 4만원선이 붕괴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쌀값 하락은 생산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쌀 생산량은 2004년(500만톤) 이후 꾸준히 감소하다 2013년(508만톤)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2020년 태풍과 기상악화로 생산량이 감소하자 쌀값은 폭등했다가 지난해 대풍년으로 12월부터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쌀 농가는 풍년인데도 시름이 깊어졌다. 비료와 연료 등 원자잿값이 모두 올랐는데 쌀값은 계속 하락하자 수확을 앞둔 전국 쌀 농가들이 논을 갈아엎고 있다. 쌀값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벼 농사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절박함을 드러냈다. 양옥희 농민의길 상임대표는 "이대로 가면 쌀 농가는 망하고 쌀 자급률은 대폭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선제적 시장격리 등으로 쌀은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쌀 농가가 요구하는 정부의 선제적 시장격리 도입은 야당과 정부·여당간 입장차로 공전 중이다.정부는 선택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도 쌀 생산 감소보다 소비 감소가 더 큰 구조적 공급 과잉 상황"이라며 "벼는 타 작물에 비해 재배는 쉬우면서 소득률은 높아 진입이 쉬운 품목으로 시장격리 의무화로 판로 걱정이 줄어들 경우 벼 농가는 더 증가해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10월 5일 신곡 가격 조사에 앞서 쌀값을 올릴 방안을 마련해 25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때 형성된 산지쌀값이 올해산 쌀 매입가격의 기초가 된다.

반면 야당과 농민단체는 생산량 증가 등으로 쌀값이 하락할 때 정부가 의무적으로 쌀을 시장격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15일 쌀 시장격리 의무화 방안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법안소위에서 통과시키고 26일 열리는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개정안을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시장격리를 자동화하면 재배면적이 늘어나고 과잉생산이 되풀이된다는 논리적 비약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이라며 "쌀값은 일반 시장논리가 아닌 철저히 식량안보와 식량주권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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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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