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 전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불러 … 김광호 서울청장 조사 임박

용산경찰서가 작성한 '핼러윈 위험분석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 수사가 이른바 '윗선'을 향하고 있다. 또 기동대 요청 여부가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르면서 서울경찰청 지휘부 조사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24일 위험분석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에 연루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23일 참여연대에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피해자 지원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박 전 부장은 핼러윈 인파 급증을 우려하는 취지로 작성된 서울 용산경찰서 공공안녕정보외사과(정보과) 정보보고서를 '감찰과 압수수색 등에 대비해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혐의(증거인멸 및 교사)를 받고 있다.

해당 문건에는 "지난해 10만명이 방문했고, 방역수칙 해제 후 첫 축제인 올해는 많은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시됐다. 또 "해밀톤호텔에서 이태원소방서 구간 등 많은 인파로 도로 난입과 교통사고 발생 등이 우려된다"며 "안전띠 설치와 주차단속, 이태원역과의 연락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참사 나흘 뒤인 11월 2일 용산서 정보과 컴퓨터에 저장된 '보고서 원본 파일'이 삭제됐다. 관련자들은 그동안 "해당 문건의 목적을 달성해 보안문서 관련 규정상 지체없이 폐기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특수본은 박 경무관이 일반적 규정 준수가 아닌 특정 보고서를 염두에 두고 이같이 언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 용산서 정보과장 김 모 경정이 사실상 박 경무관의 지시에 따라 보고서를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박 경무관은 이날 오전 자신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참관하고, 오후에는 특수본 대면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무관은 특수본 출범 이후 입건된 경찰관 가운데 최고위급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 수사가 서울경찰청 등 경찰 수뇌부로 뻗어나가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김 청장이 정보보고서 삭제 과정에서 관련 보고를 받았는지 확인됐느냐는 질문에 "현재까진 없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또 전날 조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송병주 경정도 이날 오전 다시 불렀다. 송 경정은 전날 피의자로 조사받고서 오후 10시를 넘겨 귀가했다.

특수본은 송 경정이 당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에게 현장 상황을 제대로 보고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실제로는 참사 발생 후 50분이나 지나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드러난 이 전 서장이 참사 5분 뒤인 오후 10시20분쯤 현장에 도착했다는 내용으로 상황 보고를 조작했다는 의혹도 조사 중이다. 특히 용산서와 서울청 사이 기동대 배치 요청을 둘러싼 진실 공방도 확인하고 있다.

특수본은 이날 오후 이 전 서장도 다시 불렀다. 이 전 서장은 앞서 21일 특수본 조사에서 송 경정에게 기동대 배치를 요청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 기동대 요청 의혹 등 전반적인 조사가 마무리되면 김 청장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김 대변인은 "관련 조사가 마무리되면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골든타임 대처 적절 여부 확인 = 특수본은 이날 오전 용산소방서 이 모 현장지휘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참사 당시 인근 지역 구급대 지원 요청 등 구호 조치가 적절히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특수본은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사고 발생 이후 45분으로 잠정 판단하고, 이 팀장을 상대로 이 시간 동안 상황 판단과 지휘가 적절했는지 캐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팀장은 참사 당일 오후 10시 43분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지시로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오후 11시 8분 최 서장이 지휘권을 선언하기 전까지 현장을 지휘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이번 사고의 골든타임을 "사고 발생 후 적절한 구호조치가 이뤄졌다면 사망까지 이르지 않았을 시간"이라며 "정확히 말할 수 없지만 오후 11시 정도"라고 밝혔다.

'골든타임' 대부분을 이 팀장이 지휘한 만큼 인명피해 규모가 늘어난 이유를 규명하려면 그의 업무가 적절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방당국 관계자들은 통상 심정지 후 4∼5분이 골든타임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당시 혼잡한 상황을 고려하면 이 시간 안에 피해자를 더 구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특수본은 용산소방서가 작성한 '2022년 핼러윈 데이 소방안전대책' 문건을 토대로 안전근무조가 지정된 근무 위치를 지키지 않은 사실과 참사의 인과 관계도 확인 중이다. 문건에 따르면 안전근무조의 근무 장소는 해밀톤호텔 앞이다. 또 순찰조는 이태원역부터 녹사평역 또는 앤틱가구거리 일대의 비상용 소방함 5개소를 중심으로 편성됐다.

특수본은 순찰근무와 안전근무가 명확히 구분되며 안전근무는 지정된 시간 동안 근무장소를 지켰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방 관계자들은 "고정근무와 순찰근무는 분리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집회와 같은 대규모 행사를 대비해 안전근무를 설 때도 한 곳에 서 있지 않고 유동적으로 대응한다는 설명이다.

◆입건자 17명으로 늘어 = 한편 특수본은 23일 경찰 소방 지방자치단체 등 참사 관련자 9명을 추가로 입건했다.

입건자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정보부장), 전 서울경찰청 112상황3팀장,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용산경찰서 정보과 직원, 용산소방서 현장 지휘팀장, 용산구 유승재 부구청장과 안전건설교통국장, 재난안전과장, 이태원 역장 등이다.

이로써 이태원 참사 관련 입건자는 사망한 전 용산경찰서 정보계장을 포함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류미진 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A씨, 해밀톤호텔 대표이사 B씨 등 총 17명으로 늘어났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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