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특위, 대통령실 등 1월 7일까지 본격 조사

참사 유가족 공개행보 후 여당 수용입장으로 선회

예산안 이견·조사기간 연장 등 남은 쟁점 수두룩

국회는 24일 본회의를 열고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기본계획서를 의결한다. 10월 29일 용산 참사가 발생한 지 26일 만에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 활동이 시작된 것이다. 국정조사 참여 시기를 두고 갈등을 보였던 여야의 극적 합의를 끌어낸 것은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공개행보에 나선 것이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국조 합의문 발표 뒤 악수하는 양당 원내대표ㅣ국민의힘 주호영·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대한 여야 합의문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주호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이수진 원내대변인.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경찰의 수사결과를 본 후 국정조사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국민의힘이 입장을 선회하면서 합의추진 길이 열렸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후 본격화될 이번 국정조사는 청문회 증인 채택과 자료 제출 등이 제대로 이뤄지느냐에 조사 실효성이 좌우될 전망이다.

◆참사 26일 만에 진상규명 첫발 = 여야는 이날 오전 진상규명 조사특위 첫 전체회의를 열고 본회의에 올린 국정조사 계획서를 논의했다.

국민의힘 주호영·더불어민주당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조사와 관련한 여야간 합의내용을 발표했다. 24일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45일간 진행하고, 본회의 의결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특위는 민주당 9명(우상호 위원장, 김교흥 간사, 진선미·권칠승·조응천·천준호·이해식·신현영·윤건영 의원), 국민의힘 7명(이만희 간사, 박성민·조은희·박형수·전주혜·조수진·김형동 의원), 비교섭단체 2명(정의당 장혜영·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으로 구성한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을 위원장으로, 국민의힘 이만희·민주당 김교흥 의원을 각각 여야 간사를 맡을 예정이다.

본회의 의결 후 준비기간을 거쳐 내년도 예산안 처리 직후부터 내년 1월 7일까지 본격적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조사 대상 기관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과 국가위기관리센터,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중앙응급의료상황실 포함), 대검찰청, 경찰청 및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소방청 및 서울소방재난본부와 용산소방서, 서울시 및 용산구 등이다.

민주당이 요구하던 대통령실 경호처와 법무부, 공수처, 인사혁신처는 대상 기관에서 빠졌다. 조사 기간과 대상은 특위 의결로 연장하거나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현실론·국민여론·유가족 움직임 영향 = 여야가 국정조사 특위 합의 시행에 전격적인 합의를 이루게 된 배경엔 국민 여론과 참사 유가족의 공개적 요구, 국회 의석 등 현실적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경찰 수사 이후 조사특위 참여 여부를 정하겠다던 여당은 22일부터 '예산안 처리 후 국조 실시' 가능성으로 선회했다.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를 당론으로 추인하고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협상권한을 부여하면서 사실상 특위 참여를 결정했다.

경찰 특수본의 수사에 대해 '셀프 조사'라는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참사 희생자 유가족 등이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는 공개행보를 시작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의총에서 유가족들과 만난 사실을 거론하며 '국정조사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야당 우위의 국회라는 현실론도 입장 변경을 압박했다.

민주당은 '24일 본회의 처리'를 고수했고, 김진표 국회의장 또한 특위 명단 제출을 요구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야당 단독으로 조사특위를 구성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야당도 여당과의 합의추진으로 '반쪽짜리 국정조사'라는 한계를 벗어났다는 평가다. 주요 증인채택과 소환, 정부를 상대로 한 자료제출 등에서 실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조사대상 기관에서 대통령경호처와 법무부를 빼고, 조사기간을 60일에서 45일로 줄이는 등 양보를 통해 여당을 합류시켰다.

◆증인·자료제출 등 쟁점 남아 = 여야의 합의로 출발한 조사특위는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24일부터 자료제출 등 사전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민주당 등 야당은 사전예방조치, 현장대응, 참사 후 대책 등을 세세하게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부실한 사전조치, 무능한 현장 대응, 무책임한 사후 대책 등을 철저하게 밝혀 내겠다"고 말했다. 또 경찰 특수본의 수사에 대해선 일선 실무자들에게만 집중되고 지휘라인이 있던 윗선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라고 비판했다. 조사특위의 기본 방향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짐작되는 대목이다.

증인 채택과 자료제출 등을 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기간도 국민의힘은 '45일'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본회의 의결로 연장 가능'을 강조한다. 또 참사 유가족들의 뜻을 반영하는 문제도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 유가족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특위활동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조사특위가) 유가족과의 만남도 신속히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여야가 '예산안 처리 후 실시'라는 전제를 단 만큼 정부 예산안에 대한 여야의 이견을 어느정도 좁히느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 공약관련 예산 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24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정조사 합의가 불가피했다"면서 "야 3당의 일방적 국정조사를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예산안 처리가 법정기간 안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반드시 예산안이 처리되고, 그 후에 국정조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명환 김형선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