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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슬리퍼·조명 논란으로 '집권 1년차' 다 흘러간다

윤석열정권, 임기 반년 넘도록 국정어젠다 논의 '뒷전'

금태섭 "중요한 일 제쳐두고 사소한 문제 푸는데 골몰"

등록 : 2022-11-24 11:20:46

임기 5년인 단임 대통령제에서 집권 1년차는 가장 중요한 때로 꼽힌다. 5년 동안 국정운영을 어떻게 해서 어떤 성과를 내놓을지, 그림을 그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지향하는 국정어젠다를 내놓을 때라는 얘기다. 하지만 윤석열정권은 집권 반년을 넘도록 윤 대통령만의 국정어젠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정어젠다 대신 국정과 아무 상관도 없는 비속어와 슬리퍼, 조명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한다는 우려다.

발언하는 장경태 최고위원ㅣ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23일 여권은 민주당과 MBC와의 '전쟁'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22일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을 고발했다. 대통령실은 "장 최고위원이 (김 여사의) 캄보디아 심장병 아동 방문 사진에 대해 '최소 2∼3개의 조명 등 현장 스튜디오를 동원한 콘셉트 촬영'이라고 허위 발언을 했고 가짜뉴스를 SNS에 게시했다"고 주장했다. 소위 조명 논란을 제기한 것.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연일 MBC를 향해 공세를 퍼붓고 있다. MBC의 비속어 논란 보도를 문제 삼아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더니, MBC 기자의 태도를 이유로 도어스테핑까지 중단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MBC 기자를 겨냥해 "팔짱 끼고 슬리퍼 신고 회견장에 서 있는 모습은 기자라기보다 주총장을 망가뜨릴 기회를 찾고 있는 총회꾼 같아서 씁쓸하다"고 비판했다. 슬리퍼 논란을 키운 것이다.

윤석열정권은 지난 5월 9일 출범한 이후 국정어젠다가 설 자리에 다른 이슈를 올려놓고 있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축출 △김건희 여사 비선 논란 △장관후보 잇단 낙마 △야권 겨냥한 수사 △비속어 논란 등이 그것이다. 윤석열정권만의 국정어젠다와 연관된 이슈는 보이질 않는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게 되고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고 밝혔다. 3대 개혁을 윤석열정권의 최대과제로 명시한 것. 하지만 지금까지 이 과제를 어떻게 수행할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권은 대신 비속어와 슬리퍼, 조명 논란 따위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양새다.

윤석열정부가 국정어젠다 대신 '사소한 논란'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여권 내부에서도 잇따른다. 대선 선대위 출신인 금태섭 전 의원은 23일 SNS를 통해 "정치의 영역에서는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어떤 문제를 푸는데 쓰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정작 중요한 일은 제쳐두고 사소한 문제의 해답을 푸는데 골몰한다면 설사 정답을 찾아낸다 한들 정치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금 전 의원은 여권이 매달리고 있는 슬리퍼·조명 논란을 거론하면서 "우리가 정작 필요한 문제들에는 손도 못 대보고 쓰잘데기 없는 문제를 놓고 싸우면서 날밤을 새우게 된다. 이게 정치의 실패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2일 SNS를 통해 "윤석열정부 취임 6개월 동안 뭐가 변했나.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용산으로 이사간 거 말고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는 국민이 많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저출산 극복을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삼아야한다고 조언하면서 "윤 대통령 본인부터 '개혁의 진심'을 가지고 저출산 극복의 길로 하루 빨리 매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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