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지자체 중 서울·경남만 운영

수용률 한계 직면하고도 눈치만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기록물을 보존하고 관리하기 위해 영구기록물관리기관(기록원)을 설치해야 하지만 15년째 대부분 지자체들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지역 기록물을 지역이 보존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입법 취지에 맞게 광역지자체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4일 전국 광역지자체에 따르면 광역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기록원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시와 경남도뿐이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공공기록물법) 제11조에 따르면 광역지자체는 의무적으로 기록물의 영구보존과 관리를 이해 기록원을 설치·운영해야 한다. 2007년 개정된 조항으로 교육청과 기초지자체는 의무대상이 아니다.

개원이 가장 빠른 곳은 경남도기록원이다. 2018년 개원해 경남지역 기초지자체 기록물까지 보관하고 있다. 공공기록물뿐 아니라 민간기록물까지 2022년 현재 25만여건이다. 매년 4만여건의 경남 공공기록물을 국가기록원에서 다시 옮겨오고 있다. 임시직까지 30명의 직원이 매년 38억원의 예산으로 운영한다.

경남도 관계자는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사용해 초기예산이 적게 들어 개원이 가능했다"며 "최소한 우리 기록물은 우리가 보존하자는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14년 조례를 제정하고 2019년 은평구에 기록원을 개원했다.

기록원 설치를 서두르는 곳들도 있다. 경기도는 수원 팔달구 옛 도청부지에 경기도기록원을 설립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도와 시·군의 주요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2020년 8월 경기도기록원 설립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같은 해 10월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지난해 8월부터 '경기도기록원 설립사업 기본·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해왔다. 당초 도는 이달까지 실시설계 용역을 끝내고 올해 하반기쯤 공사에 들어가 2024년 2월 준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기도가 민선 8기 들어 옛 도청사를 '경기도사회혁신복합단지(가칭)'로 조성하기로 하면서 경기도기록원 설립계획도 일부 변경됐고 준공시기도 2025년으로 미뤄졌다. 인천시 역시 올해 초 인천기록원 설립 TF 구성 등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다.

이처럼 이미 기록원을 설치했거나 추진하고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지자체는 눈치만 보고 있다. 무엇보다 예산부족이 걸림돌이다. 인구 300만명의 인천시가 추산한 기록원 설립 사업비는 대략 1000억원이다. 기록원 설치를 계획했다가도 이를 중단하는 지자체들이 나오는 이유다.

의무조항이지만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 이를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당장 눈앞 사업이 급한 지자체 입장에서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기록원 설립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방자치 발전으로 지역 기록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현재 시스템은 곧바로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세종시의 경우 지하 1층 기록관 수용률이 이미 93%에 육박해 5년 이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그나마 세종시 기록물만을 추산했을 때이다. 인천시는 이미 지난해 수용률이 한계를 넘어 153%에 육박한다.

유인호 세종시의원은 "지난해 세종기록원이 필요하다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왔지만 지지부진한 게 현실"이라며 "예산운용상 신규사업도 중요하지만 지역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은 역사적 의미뿐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여운 곽태영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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