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최남단 밝히는 마라도등대 가보니]
"부산서 상해가는 선박도 지표 삼아"
독도·격렬비열도등대와 동·서·남해 수호 … 등대지기 3명 교대근무
등록 : 2022-11-24 10:55:35
북위 33도 7분, 동경 126도 16분 9초8에 서 있는 마라도등대는 서쪽 끝 격렬비열도, 동쪽 끝 독도 등대와 함께 국토의 최남단에서 우리 영해를 밝히고 있다. 정보통신기술 등이 발달하면서 등대지기들도 점차 사라지고 무인등대가 늘어나고 있지만 세 곳 등대에는 모두 등대지기들이 등을 밝히고 있다.
지난 17일 모슬포항을 떠나 남동쪽으로 바닷길 11㎞를 30분 가량 달려 도착한 마라도는 짜장면과 짬뽕 집으로 육지손님들을 맞았다. 식수는 바닷물을 정수한 물이다. 흙내음과 바다향이 스며있었다. 2004년 설치한 해수담수화시설로 하루 100톤을 생산한다.

마라도에는 현재 48가구 93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1958년 개교한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는 졸업생 85명을 배출하고 2016년부터 휴교 중이다. 관광객은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지난해에도 21만명이 방문했다.
마라도에서 등대는 최고·최대 건축이다. 사찰과 성당 교회보다 크고 높다. 국토 최남단을 밝히고, 이곳을 지나는 선박에 신호를 보내는 임무가 막중하다는 것을 상징한다.
해양수산부 제주해양수산관리단에 따르면 마라도등대(등탑까지)는 해면에서 65m, 지면에서 32m 높이에 있다. 등대에서 비추는 빛은 21마일, 38km 밖에서도 볼 수 있다. 2년 전 시작한 등대정비공사를 6월 완공하면서 등대 높이는 지면 16m에서 두 배 더 높아졌고, 빛의 도달거리는 34km(19마일)에서 4km 더 늘어났다.
이곳은 세명의 등대지기가 2교대로 돌아가면서 일을 한다. 제주도에 있는 등대 200여곳 중 등대지기가 있는 유인등대는 마라도 우도 추자도 세곳이다. 고성봉(55) 등대 소장은 "제주 남쪽 바다에서 조업하는 어선들 뿐만 아니라 부산항을 출항해 중국 상해나 닝보항으로 가는 컨테이너선도 마라도등대를 지표로 삼는다"고 말했다. 등대지기 경력 30년차인 그는 지난달 1일부터 이곳 마라도등대에서 세번째 근무를 시작했다.
해수부는 마라도등대 기능을 해양문화공간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전국 1404곳 등대(유인 32, 무인 1372) 중 해양문화공간 기능을 갖춘 곳은 9곳(2021년 말 기준)이다. 등대기능을 신축 등대에 넘겨준 옛 등대 등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도 24개가 있다. 해양문화공간 기능도 하는 9곳 등대를 방문한 관광객은 코로나19 직전까지 한 해 325만~457만명에 달했고, 지난해에도 114만여명이 등대를 찾았다.
안현규 제주해양수산관리단 팀장은 "2~3년 안에 마라도등대 안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관람객을 맞을 공간을 마련하고 등대를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등대 앞 마당에는 대리석으로 만든 대형 세계지도 부조 위에 푼타던전네스(칠레) 희망봉(남아프리카공화국) 산토안토니오(브라질) 메이섬(스코틀랜드) 등 세계 10곳의 등대조형도 세워져 있다. 한국의 팔미도등대도 서 있다. 등대 앞을 지나는 관광객들은 지금도 등대 쪽을 기웃거린다.
한편, 해수부는 지난달엔 이달의 등대로 마라도등대를 선정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