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안펀드 5조 확충, 국고채 발행 축소 … 은행 예대율·퇴직연금 차입규제 완화

자금시장 경색 우려에 정부가 유동성을 지원하고 시장규제를 완화하는 등 전면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그만큼 자금시장 위기 우려가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정부는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5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추가 조성하기로 했다. 한국은행은 채안펀드 출자 금융기관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최대 2조5000억원까지 유동성을 지원한다.

금융당국은 은행 예대율 규제와 보험사 퇴직연금 특별계정 차입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20조원 규모의 부동산 안정화 조치도 추진된다.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회의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경제수석이 참석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긴급 시장안정조치 발표 = 정부는 28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하고 이런 내용의 자금·부동산시장 안정 조치를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회의에서는 국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지난달 23일 발표된 5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대책의 이행 상황과 정책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추 부총리를 비롯해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우선 채권시장 안정과 기업 유동성 공급을 위해 5조원 규모의 채안펀드를 추가로 조성하기로 했다. 앞서 3조원 규모에 이어 2차 캐피탈콜(펀드 자금 요청)이다. 한은은 2차 채안펀드 출자 금융기관의 RP매입을 통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한다. 지난달 27일 발표한 6조원 규모의 RP 매입과는 별도다.

◆채권시장 안정대책도 추진 = 채권시장 수급 안정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12월 국고채 발행 물량을 9조5000억원 규모에서 3조8000억 원 규모로 큰 폭으로 줄이기로 했다. 채권시장에서 안정적인 국고채 투자로 몰리는 '쏠림 현상'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또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채권 물량도 시기를 분산하거나 은행 대출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줄여 시장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증권사 CP 매입, 증권사·건설사 보증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프로그램 등 지난달 발표한 대책은 집행 속도를 올린다.

1조8000억원 규모 증권사 보증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은 지난 24일 가동을 시작했고 1조원 규모 건설사 PF ABCP 매입 프로그램도 심사를 거쳐 이번 주부터 매입을 개시한다.

산은의 증권사 발행 CP 매입 프로그램은 심사 기간을 10영업일에서 5영업일로 줄인다.

◆금융권 부담 줄인다 = 또 정부는 자금시장 경색 우려를 막기 위해 은행 예대율 규제를 추가로 완화하는 등 은행, 보험, 증권, 여신전문금융사에 대한 추가 유동성 지원 조치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은행의 경우 예대율 규제가 추가로 완화된다. 예대율 여력 확보를 위해 중기부, 문체부 등 정부 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소상공인 시장진흥기금 대출, 관광진흥개발기금 대출 등 11종의 대출을 예대율 산정 시 대출금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보험은 퇴직연금 차입 규제가 내년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완화된다. 퇴직연금의 자금 이탈 문제 대응을 위해 퇴직연금 특별계정의 차입 한도가 기존 10%였으나 내년 3월 말까지는 한도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허용도 명확히 했다.

증권은 채무 보증을 이행하는 증권사에 대한 순자본비율(NCR) 위험 값을 명확히 하기로 했다. 증권사의 자기보증 유동화증권 매입이 허용됨에 따라 NCR 위험값을 신용 등급이나 부실화 여부, 보유 기간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정하기로 했다.

여신전문금융사의 조달 여건 부담 완화를 위해 원화 유동성 비율을 10%p 완화한다. 아울러 내년 3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금융지주 계열사 간 유동성 지원을 위해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를 10%p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규제 추가완화 = 올해 안에 부동산 시장 규제도 추가로 풀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통해 최근 불거진 채권·단기자금 시장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연내에 등록임대사업제 개편을 추진한다. 앞서 혜택이 대폭 축소된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개편, 임대 공급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도 구조안전성 비중을 낮추는 방안 등을 담아 개편한다.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되면 그만큼 지역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규제 완화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 건설사의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당초 내년 2월에서 내년 1월로 한 달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우선 5조원 규모의 미분양주택 PF 보증 상품을 신설해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도PF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내년 말까지 PF 보증 규모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10조원,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HF) 5조원 등 총 15조원 규모로 확대된다.

추경호 부총리는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주택 공급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것이 긴요하다"며 "정상 PF나 부동산 사업장에 대해서는 원활한 자금 공급을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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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안펀드 5조원 추가 확충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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