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 사고 건수 1년새 2배 증가

전세 안고 투자한 '영끌족' 파산 위기

#. 지난해 1월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서공단 주변 소형아파트를 전세로 구한 박 모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집값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처음 구한 전셋집인데다 리모델링 후 첫 입주로 들어간 곳이라 애착이 컸다. 하지만 기쁨이 걱정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구지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집값 하락과 미분양 소식만 들려왔다. 박씨가 살고 있는 단지도 전세는 물론 매매거래도 뚝 끊겼다. 현재 급매로 나온 매물 가격은 박씨의 전세금보다 20% 가량 낮다. 이마저도 호가 기준이라 거래가 이뤄지면 차이가 더 커질 수 있다.

박씨는 말로만 듣던 소위 '깡통전세'를 경험 중이다. 다행인 것은 부모님의 조언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허그)의 전세금 보증보험에 가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밟아야 할 절차가 많고 한동안 스트레스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골치가 아프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박씨처럼 '깡통전세'를 경험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허그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보증사고 건수는 5443건으로 전년(2799건) 대비 94.4% 증가했다. 매맷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5000건대로 치솟았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은 계약 기간 만료 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허그가 대신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지급한 뒤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제도다.

문제는 전세사기의 경우 의도적인 범죄행위로 제한되지만, 깡통전세 피해는 집값이 떨어지면서 더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사회·경제적 파장도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집값하락으로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가해자가 되는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부동산 시장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고금리 기조와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집주인들의 부채비율이 높아 고금리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전세를 안고 대출로 주택을 구입한 '2030 영끌족'들의 집단 파산이 우려된다. 자칫 세대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깡통전세가 현실화되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입자114' 이강훈 변호사는 "허그가 깡통전세를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다가 몇 년 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됐을 때 재매각하면 당장의 손실을 피할 수 있고 부동산 시장을 조절하는 기능도 할 수 있다"면서 "전세사기나 깡통전세 피해자 등 어려운 이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안전판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입자 전세보증금보다 싼 아파트 속출" 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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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박광철 장세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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