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변화에 교사들 공감이 가장 중요 … "교육부·교육청 주도로 추진되는 정책 성공하기 어려워"

인류의 삶을 모두 바꿀 수 있는 디지털 시대로의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취임 직후 'AI 보조교사' 등 신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교육을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많은 아이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할 수단은 에듀테크"라며 "기술을 활용해 교실 혁명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새해 업무보고에서 첨단기술을 활용해 교사의 수업을 지원하고 개별 학생에게 최적화된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키로 했다. AI 기반 디지털교과서를 내년에 시범운영 한 뒤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디지털교과서 전환 등에 대한 교사들의 우려가 상당하다.
이 부총리와 'AI교육혁명' 공동저자로 참여한 정제영 이화여자대학교 미래교육연구소장를 16일 만나 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통한 맞춤형 교육에 대해 들어보았다.

정제영 교수는 | 서울대 교육학과 졸업 후 2004년 서울대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 44회 행정고시에 합격 10년간 교육부에서 근무했다. 2012년 서기관 시절 공직을 그만두고 이화여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화여대에서 교육학과 학과장, 호크마교육대학장 등을 거쳐 현재 기획처장을 맡고 있다. 교육부 서기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학제개편 등 업무를 맡아 교육현장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대학에서는 학교폭력 예방,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한 인공지능(AI) 교육, 디지털 융합 인재 양성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사진 이의종

 

■19세기 학교에서 20세기 선생님에게 21세기의 아이들이 배운다는 말이 있다. 인공지능(AI)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한다. 지금, 왜 인공지능을 교육에 도입해야 하나?

우선 교육을 혁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렛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대식 학교 교육이 모든 아이들에게 맞지 않기 때문에 맞춤형 교육을 해야 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이제 인공지능 기술이 무르익어서 맞춤형 교육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교육의 내용 측면에서는 미래 인재들이 갖춰야할 역량으로 디지털 리터러시가 중요하다.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역량을 갖출 수 있는 AI 교육이 중요하다. 코딩도 배워야 하고 AI 개념도 알아서 잘 쓸 수 있어야 된다.

교육의 방법 측면에서 맞춤형 교육을 구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AI 보조 교사라든가 AI 튜터링 시스템 등은 교사들이 교육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 역할을 한다.

■인공지능 교육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기존에는 수업시간이 교사의 독무대였다. 혼자 다 하고 아이들은 그냥 듣고 있는데 자신에게 안 맞으면 소외받게 된다. 부족한 부분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제는 자기가 주체가 돼서 학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이 확실히 달라지는 것이다. AI 보조교사가 학생 수에 따라 있다고 보면 된다. 교사는 전체를 총괄하고 AI가 한명 한명에게 가르쳐주는 방식이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기반의 맞춤형 교육은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의 내용과 수준, 속도를 진단해 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교사가 에듀테크의 도움을 받아서 학생 개인별로 내용과 수준, 속도를 맞춰주는 맞춤형 교육을 효과적으로 구현해 낼 수 있다.

수학 수업을 예를 들면 교사가 'AI 보조교사 시스템'을 활용해 학급 학생들 학습수준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수업지도안을 마련하고, 교수-학습 방식을 선택해 시행하고, 형성평가를 통해 수업의 질을 관리하며 학생 개인별로 피드백을 하는 과정을 쉽게 수행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 양성하려는 인재상은?

인공지능 시대로 대표되는 미래사회의 인재상은 한마디로 표현하면 '변화하는 세상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디지털 시민'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과거에는 삶을 위한 기본적 교육내용을 3R's(Reading, Writing, & Arithmetic)라고 표현했는데 읽기 쓰기 셈하기를 의미한다. 이제 미래를 위해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내용으로 디지털 리터러시와 디지털 시민의식이 기본적인 소양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학교교육에서 길러내야 할 미래 인재 역량을 요약하면 6C(1C+5C)로 제시할 수 있다. 6C는 핵심적인 개념적 지식(Conceptual Knowledge)을 중심으로 다섯 가지 역량을 길러내는 것으로 형상화 할 수 있다. 5가지의 핵심역량은 창의성(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컴퓨팅 사고(Computational Thinking), 융합 역량(Convergence), 인성(Character)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교과서 전환에 대한 교사들의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교사가 없는 교실이 온다는 속설도 있다. 사실 AI는 도움을 주는 보조 역할이지 주체는 교사이다. 교육은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기 때문에 인간이 인간을 가르치는 게 타당하다. AI가 보조교사 역할을 하더라도 교사는 전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주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전체 총괄 지휘자는 교사이고 AI는 도구일 뿐이다.

학교현장의 혁신이 이뤄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주체는 교사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전세계에서 수많은 학교혁신 정책이 시행돼 왔는데 성공적인 변화를 만들어낸 정책은 자율적으로 동기화된 교사가 주체가 돼 참여한 것이라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이 주도가 돼 추진되는 정책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에 매우 공감하며 왜 교실이 변화돼야 하는지에 대해 교사들이 공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I 개인교사 시스템'을 설계할 때에도 교사가 필요로 하는 교육혁신의 방향에 맞게 기능과 구조, 역할이 설계되고 현장의 시범 적용을 통해 피드백을 반영해 개선해나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디지털 기반 교육 플랫폼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사역량 강화가 매우 중요할 것 같다.

교사의 마인드가 바뀌는 게 중요하다. 무조건 거부한다면 변화가 있을 수 없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학생의 학습 동기와 더불어 교사의 교육 동기이다. 교사들의 교육 효능감(efficacy)을 높여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이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원하는 기능들은 다 쓰게 된다. 'AI 개인교사 시스템'과 같은 교육 플랫폼은 간단한 연수만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사용하게 쉽게(user-friendly) 만들어야 한다.

■인공지능을 통해 얻고자 하는 혁신은?

그동안 학교가 비판을 받아왔던 점은 '잘하는 애들만 골라내는 구조 아니냐'는 것이었다. 학교가 교육기관이 아니라 평가 중심 기관이었다는 지적이다. AI 기술을 통해서 개인별 맞춤형 교육으로 학교를 교육기관답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을 통해 얻고자 하는 교육혁신은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학교교육의 평균지향의 문제를 해소하고 '모든 학생들이 학습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AI 보조교사 시스템' 을 제안하는 이유는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구현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개인별 맞춤형 학습지원이 가능한 클라우드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의 역할과 시스템의 활용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AI 보조교사 시스템은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한 개인별 맞춤형 학습지원 시스템 및 AI 자동 채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데이터 중심의 학습 분석에 기반을 둔 개인형 맞춤 학습의 실현을 통해 학습자 중심의 교육으로 전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모두를 위한 착한 인공지능이 될 수 있나?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착한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은 컴퓨터가 학습하는 데이터에서 편향성이나 왜곡이 없어야 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민교육을 전사회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민의식의 핵심적인 가치는 '안전 공감 참여'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민의식을 강조하는 이유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디지털 세상에서의 인식과 행동이 현실사회에서의 인식이나 행동과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개인의 안전성이 보장되면서 착한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활용되기 위해서는 학생과 함께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올바른 디지털 시민의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사회적 과제다. AI는 컴퓨터가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만든 데이터가 선해야 선한 AI가 나온다. 학생들도 선한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가치교육, 인공지능 세상에서의 디지털 시민의식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디지털 교과서 플랫폼에서 경쟁력 있는 특정 업체의 서비스 독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를 극복할 방안은 무엇인가?

어느 산업 분야에서나 소비자의 선택이 이뤄지고 이에 도전하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나타나는 과정이 있을 것으로 본다. 가장 효과적인 교육을 위한 에듀테크 기업과 기술은 학교와 교사들이 선택하고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특정 업체의 서비스 독점은 서비스의 질 저하, 가격 상승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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