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범행과정 분석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현금이 건네지는 장소로 피해자의 집이나 회사 앞, 피해자의 차량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범죄는 주말이나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후 12시에서 5시 사이에 주로 이뤄졌다.

25일 경찰대학 범죄수사연구원의 논문집 '범죄수사학연구' 최신호에 실린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범죄의 범행과정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 선고된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사건 판결문 125건을 범죄스크립트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현금이 건네진 장소로 '피해자 집·근무지 앞(피해자 차량)'이 15.6%를 차지했다. 이는 판결문에서 확인된 범행 장소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외부요인이 개입할 위험을 낮추기 위해 피해자의 이동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장소를 특정하기 쉬운 '지하철 또는 기차역 앞'(7.2%), '주민센터 등 관공서'(4.2%)가 뒤를 이었다.

범행 시간은 평일 오후 12~5시 사이가 67.4%로 이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요일 중에선 금요일이나 공휴일 전날이 23.7%, 수요일 23.5%로 범행 빈도가 높았고, 월요일(16.0%)과 화요일(14.8%)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공휴일에 현금이 건네진 사건은 없었다.

범죄스크립트 분석은 인지심리학의 '스크립트' 개념을 범죄 현상에 적용한 것으로 범죄자가 특정 유형의 범죄를 저지르기 전부터 범죄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내리는 여러 선택과 결정에 대한 설명을 도식화한 것이다. 특정 범죄에 있어 범죄자들의 행동을 패턴화함으로써 후속 범죄 발생을 예측하고 대응하는데 유용한 연구방법이다.

논문에 따르면 범죄스크립트 분석 결과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 범죄는 수거책의 범행가담, 피해자 접근, 금전요구, 수취준비, 수취, 범행종료 등 6개 단계로 구분된다.

현금 수거책의 범행 가담 경로는 지인 소개와 구직활동으로 나뉘는데 구직활동의 경우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리거나 생활정보지, SNS 등에서 '고액알바', '단기알바' 등의 광고를 보고 연락해 범행에 가담하게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피해자 접근은 대출빙자형, 기관사칭형, 납치빙자형 등으로 구분되는데 납치빙자형을 제외하고는 자체 개발한 앱 설치를 유도해 발신전화를 가로채는 수법으로 사실관계나 진위여부 확인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전요구 단계에서는 과거 1명의 조직원이 최초 접근에서 금전요구까지 전담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2~4명의 조직원들이 여러 기관을 사칭해 순차적으로 피해자를 속여 의심을 갖지 못하도록 하고 있었다.

수취준비 단계에서는 현금수거책에게 사칭 기관과 가명 등 충분한 사전 정보를 제공하고 위조 서류 교부 등을 통해 피해자의 의심을 해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범행종료 단계에서는 현금수거책에게 금융기관 ATM기에서 무통장송금 방식으로 수거한 현금을 보내도록 하는데 '1인 1일 100만원 한도' 제한을 피하기 위해 제3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이에 따라 휴대폰을 통한 본인인증이나 신분증 스캔 등 무통장송금에 대한 적극적인 신원확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수취준비 단계에서 현금수거책의 신원 특정을 어렵게 하기 위해 택시이용을 지시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신고포상금 등을 통해 택시기사와의 협업하는 방안을 제언했다.

아울러 대출을 미끼로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문자나 전화를 이용한 금융기관의 대출광고를 전면 중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논문은 "실제 금융기관의 대출광고도, 이를 가장한 보이스피싱 범죄의 대출광고도 모두 문자(SNS)로 발송되다보니 광고의 진위여부를 판단하기 곤란하고 보이스피싱 범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한다"며 "'정상적인 금융회사는 문자나 전화로 대출광고를 하지 않는다'고 공표한다면 대출 수요자들의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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