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등 여야 '화들짝'

여야 '책임 떠넘기기' 급급

'부자감세' 겹치면 폭발 우려

2019년 전 세계는 거리로 쏟아져나온 시위대로 몸살을 앓았다. 원인은 비슷했다. '소액 증세'였다. 세금이나 공공요금을 소액이지만 올렸다가 민심의 거센 반발을 부른 것이다. 난방비 문제로 들끓었던 설연휴 민심을 지켜본 여야가 '네 탓' 공방에 급급한 것도 2019년 시위대의 트라우마가 작용한 때문으로 읽힌다.

2019년 칠레에서는 지하철 요금을 30칠레페소(한화 50원) 올렸다가 민심의 반발을 불렀다. 시위대는 100만명까지 불어났다. 정부가 "요금 인상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지만 분노한 민심은 시위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시위대는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까지 이끌어냈다. 같은해 레바논은 국민이 애용하는 애플리케이션에게 20센트를 과세 했다가 대형 시위를 촉발시켰다.

에콰도르에서는 주로 서민들이 혜택을 입는 유류보조금을 없애려다가 격렬한 시위를 불렀다. 2019년 전 세계를 휩쓴 시위 열풍은 '소액 증세'에서 시작됐지만 실제 '소액 증세'는 시위를 촉발하는 방아쇠 역할만 했을 뿐 수십년간 누적된 빈부격차에 대한 분노가 진짜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양극화의 부작용이 대규모 시위를 불렀다는 것이다.

난방비 폭등으로 설연휴 민심이 심상치않았다는 걸 감지한 여야는 연휴 직후 "네 탓" 공방에 급급한 모습이다. 분노한 민심이 자신을 향할 것을 우려한 대응이다.

민주당은 '윤석열정권 책임론'을 제기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24일 "(난방비) 요금이 2배 오르거나 10만원 이상 더 오른 가정이 많았다. 윤석열정부 들어서서 4번의 요금 인상이 있었고 올해 상반기에 계속해서 추가로 올린다고 한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대책 없이 오르는 물가도 물가지만 정부가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것에 분통을 터뜨리는 국민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문재인정부 책임론'으로 반박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직전 문재인정부에서 2~3배 가량 가스 가격이 오를 때 가스비를 13%만 인상해 적자가 9조원까지 늘어나는 등 모든 부담이 윤석열정부에게 돌아왔다"며 "결국 (문재인정부가) 탈원전을 외치며 많은 부담을 후임 정부에게 떠넘긴 것을 윤석열정부에서 풀게 됐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이 설연휴 민심에 놀라 일단 '네 탓' 공방으로 시간을 벌었지만 사태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가스비는 2분기에 추가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즘도 대폭 오를 전망이다. 조만간 택시와 버스·지하철요금까지 오르게 된다. 서민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 가운데 정부는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는 내리기로 했다. 대기업과 집부자들이 향후 5년간 2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증세' '부자감세' 프레임이 작동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여야가 '네 탓' 공방으로 임시처방에 나섰지만, 민심의 분노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그 분노가 어디를 향할지 예측불허라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난방비 폭탄에 교통요금까지 줄인상
우려했던 부자·재벌 감세 현실화 … 절망하는 서민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