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기자회견서 밝혀

'친윤'의 공세에 밀린 듯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하던 나경원 전 의원이 결국 불출마로 결론 내렸다. 친윤을 자처하던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친윤의 '불출마 압박'을 거부할 수 없었다는 해석이다.

나 전 의원은 25일 오전 전당대회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나 전 의원측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은)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은 되지 않을 거 같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런 기조로 해석해달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친윤이 노골적으로 불출마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를 거스르며 출마할 경우 '반윤 행보'로 해석될 걸 우려했다는 얘기다.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친윤의 바람대로 '친윤 당권'이 탄생하기는 바란다는 전언이다.

나 전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윤 대통령에게 공개사과하면서 불출마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최근 저의 발언, 특히 저에 대한 해임 결정이 대통령님 본의가 아닐 것이라 말씀드린 것은 제 불찰"이라며 "관련된 논란으로 대통령님께 누가 된 점, 윤 대통령님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당초 출마에 무게를 두고 고민해왔다. 측근들은 최근까지만해도 "출마 가능성이 99%"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친윤이 전방위로 불출마를 압박하자, 나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뿐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미래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면서 불출마로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5선 도전을 앞두고 있다. 친윤은 최근 나 전 의원이 출마로 기울었다는 뉘앙스를 풍기자 "반윤의 우두머리"(장제원 의원)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나 전 의원을 압박했다. 당 대표는 물론이고 총선 출마도 막겠다는 투였다. 일각에서는 나 전 의원을 겨냥해 부동산투기 의혹과 가족 관련 의혹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이 불출마로 결론 지었지만, 후폭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집권여당 당무에 과도하게 개입해 유력주자의 불출마까지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이 경선에서 빠지면서 향후 당권경쟁은 김기현-안철수 양자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심'에 대한 당내 거부감이 전당대회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22~23일 실시한 여론조사(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가상대결을 붙인 결과 안철수 49.8% 대 김기현 39.4%로 나타났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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