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출자·출연기관 신설기준 강화

경기·인천, 기존 신설계획 변경 검토

서울·제주 등 기존 조직 통폐합 추진

정부가 지방출자·출연기관 설립기준을 강화함에 따라 그동안 공사·재단 설립을 추진하던 광역·기초지자체들이 신설계획을 변경하거나 재검토에 들어갔다. 오히려 서울·제주 등 일부 지자체들은 기존 공공기관을 통폐합하는 등 대대적인 개편에 나서고 있다.

25일 행안부에 따르면 시·도는 28명, 시·군·구는 20명 이하 규모의 공공기관을 설립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지방출자·출연기관 설립기준 개정안'이 지난 19일부터 시행됐다. 사업비가 전체 예산의 50% 이상이 되도록 편성토록 하고 신설 전 자체 심사 및 협의 절차도 강화했다. 무분별한 지방 공공기관 설립에 제동을 걸고 나선 셈이다.

공공기관 신설을 추진해온 경기도와 도내 기초지자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경기도의 경우 경기서민금융재단, 경기도청소년재단 신설을 추진 중인데 새로운 개정안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시 내부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서민금융재단은 지난달부터 행안부의 심의 절차를 밟고 있고 청소년재단은 외부 기관의 타당성 검토를 마치고 계획안을 마련 중인 상태에서 개정안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경기도 기초지자체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포천시는 포천시청소년재단, 양주시와 가평군은 문화재단, 의왕시와 광명시는 산업진흥원을 각각 설립하기 위해 경기도의 심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포천시는 청소년재단의 예산 수립기준 등이 이번 개정안 내용과 일부 맞지 않아 다시 계획안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시도 인천에너지공사(가칭)와 인천문화예술회관 재단법인 설립을 추진 중인데 개정된 설립 기준을 적용하면 설립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천에너지공사의 경우 지난해 인천연구원이 '에너지 전담기관 설립 사전 연구'를 진행한 결과 수익성 확보방안이 마땅치 않아 중장기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인천문화예술회관과 아트센터인천, 트라이보울을 운영할 재단설립도 지난해 12월 행안부에 제출한 설립계획서의 수정·보완이 필요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광주 광산구가 추진 중인 복지재단 신설도 난항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기능 중복과 정부의 긴축재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광산구는 5개 복지시설 운영을 맡을 복지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최근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절차에 착수했다. 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광주시 사회서비스원과 투게더광산 등과 기능 및 역할이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다 강화된 지방공공기관 신설기준을 적용하면 재단 신설이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일부 지자체들은 기능이 유사한 기존 공공기관의 통폐합 등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26곳이던 투자출연기관을 24곳으로 줄일 계획이다. 서울기술연구원과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을 올해 11월까지 서울연구원과 서울의료원에 합칠 예정이다. 기존 직원의 고용은 승계하되 자연감소를 통해 정원을 축소할 방침이다. 제주도도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도 산하 공기업 등 16곳에 대한 인력운영 및 조직개편 방안에 대한 용역을 실시한 결과 일부 기관의 통합 및 기능 이관이 필요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용역결과 제주한의약연구원은 제주과학기술정보산업진흥원(가칭) 설립 시 통합을 검토하고 문화예술재단과 영상문화산업진흥원의 시설관리기능 이전이 제안됐다.

도시공사 설립을 추진 중인 경기지역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정부가 지방 공기업 및 공무원 정원 감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출자·출연기관 설립기준도 강화한 만큼 앞으로 지방 공사 설립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태영 방국진 이제형 기자 tykwak@naeil.com

곽태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