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핵과학자회, 10초 앞당겨

러 핵위협 등 3년 만에 조정

'둠스데이(지구종말)시계'의 초침이 자정 90초 전으로 움직였다. 지구 멸망까지 남은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종말시계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자정 100초전을 유지하다가 이번에 10초가 줄어들었다. 그만큼 전지구적 위기는 초읽기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핵과학자회(BSA)는 24일(현지시간) '지구종말시계' 초침을 자정 쪽으로 10초 더 이동했다고 밝혔다. BSA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술핵 사용 우려가 고조되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여기에 점점 더 고조되는 기후위기와 생물학적 위협, 그리고 글로벌 규범과 기관의 붕괴 등이 초침을 움직이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1월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미국핵과학자회 회원들에 의해 지구종말시계가 자정까지 단 90초 남은 것으로 재설정됐다. 사진 연합뉴스


초침이 자정 90초 전으로 이동한 것은 종말시계가 등장한 1947년 이래 처음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이 주축이 돼 1945년 창설한 BAS는 지구 멸망 시간을 자정으로 설정하고, 핵 위협과 기후변화 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947년 이래 매년 지구의 시각을 발표해 왔다. 그동안 다양한 위협과 해빙 분위기 속에서 시계는 자정에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해 왔다. 1947년 자정 7분전으로 시작한 시계는 미국과 소련이 경쟁적으로 핵실험을 하던 1953년에는 종말 2분전까지 임박했다가 미소 간 전략무기감축협정이 체결된 1991년 17분전으로 가장 멀어진 바 있다. 그러다가 2018년에는 자정 2분전으로 2020년에는 다시 자정 100초 전으로 이동했다. 이제 위기는 분단위가 아닌 초 단위까지 임박했다는 의미다.

레이첼 브론슨 BSA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전례없는 위험의 시대에 살고 있고, 지구종말시계는 그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면서 "자정 90초까지 접근한 것은 자정에 가장 근접한 것이고 그만큼 전문가들이 (현 상황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 핵 사용 위협은 전 세계에 사건, 의도, 오판에 의한 긴장 고조가 얼마나 끔찍한 위험인지 상기시켰다"며 "통제를 벗어난 이 같은 갈등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BSA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의 핵위협 외에도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조약인 뉴스타트가 위험에 처한 점, 그리고 북한, 이란, 인도, 파키스탄 등의 핵무기 위협도 언급했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비중있게 설명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에 가스와 석유를 의존하는 여러 나라들이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화석연료에 다시 눈길을 주는 점을 지적했다.

이로 인한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1년, 2022년 계속 증가한 점도 언급했다.

BSA는 또 생물학적 위협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제 COVID-19 대유행과 같은 파괴적인 사건이 100년에 한 번 오는 드문 사건으로 간주할 수 없게 됐고, 우크라 전쟁으로 인해 생물학적 위협의 판도까지 변화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허위 정보의 확산과 우주공간까지 위협하는 파괴적인 기술의 발전도 위협요인으로 지적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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