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

처음 환경·사회·지배구조(ESG)라는 말을 접했을 때 'ESG = 착한기업 되기'라는 반응이 많았다. 경제도 기업도 다 같이 잘될 때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다수였다.

새해 벽두 미국 빅테크 기업의 연이은 대규모 구조조정 발표를 시작으로 많은 경제연구기관이 2023년 세계경제는 2022년보다 어둡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우리나라 경제전망 역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다.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2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가운데 수출부진으로 무역적자는 몇달째 계속되고 있다.

"세상물정도 모르고 기업이 살아남기도 힘든데 ESG 같은 한가한 소리 할 때인가?"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렇다면 ESG는 기업성장과 무관하고 착한기업이 되기 위한 마케팅수단에 불과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ESG는 경영환경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지속성장을 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가야만 하는 길이다.

최근 알렉스 에드몬드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LBS) 교수는 "기업이 단기적 이윤을 추구할 때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할 때 더 큰 이윤을 만들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게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이 장기적으론 오히려 기업 이윤의 향상을 가져온다는 뜻이다.

지속성장 위해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

지난해 9월 대한상의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우리 국민이 기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로 '국가경제 기여' 다음으로 'ESG경영 실천'을 꼽았다. 반기업정서 해소를 위해 '경제계 전반 ESG 경영확산'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는 사실은 시대변화에 따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미 도래했음을 반증하고 있다.

두번째로는, 글로벌 통상규제화가 한창 이슈인데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ESG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당장 올해 1월 1일부터 독일은 공급망실사법을 발효했다. 독일에 설립한 법인 중 종업원 3000명 이상 외국계기업도 적용 받는다. 2024년엔 1000명 이상 기업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독일에 수출하거나 투자하려는 기업은 공급망 내 중소 협력사까지 포함해 인권과 환경 등 ESG평가를 받고 개선사항이 포함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사업보고서처럼 ESG도 의무공시를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EU는 일부 대기업 등에 한해 ESG공시의무화를 이미 시행하고 있고 미국도 올해부터 기후 공시의무화를 도입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글로벌 ESG 공시기준을 수립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ESG는 이미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 우리산업 현장 일선에 깊이 다가와 있다.

눈앞 이익보다 '교토삼굴'지혜 필요

ESG 이슈는 특성상 단기간에 준비하기 쉽지 않고 준비해야 하는 자료의 양도 방대하다. 기업들이 힘들다고 대비하지 않으면 더 큰 어려움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교토삼굴'의 지혜가 필요하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 아니라 보다 긴 안목으로 자신만의 굴을 파는 토끼처럼 지금부터라도 예상되는 ESG 리스크에 대해 하나하나 미리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