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질주'·'입법독주'로 맞대응

"윤 대통령 협치 필요성 못 느껴"

여야가 악순환의 고리 속으로 들어갔다. '협치'로 메워져야 할 자리가 '법치'로 대체되면서 윤석열정부의 '사법질주'와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입법독주'가 충돌하고 있다. 또 거대양당은 서로의 공격에 법률에서 보장한 '대통령 거부권'을 앞세우거나 '국정과제 입법 차단'으로 맞받아치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본회의에서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직행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지키고 있는 법사위를 건너뛰기 위해 국회법에서 허용한 권한을 활용한 것이다. 양곡관리법은 이에 따라 농해수위 소위, 안건조정위, 전체회의 에 이어 '본회의'까지 사실상 169석의 거대야당인 민주당이 단독으로 직행했다.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위에서 여야 합의로 채택한 결과보고서도 여당이 퇴장한 상태에서 사실상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또 민주당은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 입법을 막아섰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9개월 가까이 지나는 동안 정부가 제출한 128개 법안 중 통과된 것은 20개뿐이었다. 3개가 원안 그대로 통과됐고 12개는 내용의 일부가 수정된 채 통과됐다. 5개는 의원들의 법안과 병합해 만든 대안으로 본회의 문턱을 넘어섰다. 정부조직법 등 윤석열정부 핵심 과제를 담은 108개 법안은 아직 계류 중이다.

윤석열정부는 사법독주로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인사와 정책 의사결정을 사법적 판단에 맡겼고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연결된 취업청탁, 뇌물 등의 의혹 수사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웅래 의원, 임종성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수사 역시 민주당 의원들에게 '남의 일이 아니다'는 정서를 확산시키고 있다. 또 정부와 여당은 민주당의 입법독주에 '대통령의 거부권'을 활용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밀어붙여 통과시킨 박진 외교부장관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에 대해 윤 대통령은 입장도 내지 않은 채 외면했다. 여당은 민주당 단독 처리 법안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주문하기도 했다.

협치가 사라진 자리에 법치만 남아 극단적 정치 대결구도와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오전 선거법 개정을 위해 131명의 의원들이 출범시킨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여야 의원들은 정치개혁을 통해 "대립과 혐오의 정치를 끝내자"고 했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협치는 사라진 것 같다"며 "협치는 힘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윤 대통령이 뭘 하려고 하는지 집권 목표가 보이지 않다보니 협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관련기사]
이재명, '체포동의안' 대비하나 … '비명계'에 손길
민주, 전면전 앞서 '김건희 특검' 띄우기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