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윤심 업고 선전 … 조경태 "마마보이와 다를게 뭔가"

불출마 나경원에 서로 '구애' … 박근혜 '생일 축하행사' 등장

유승민 31일 "폭정 막고 민주공화정 지키겠다" 전대 불출마

국민의힘 3.8 전당대회가 '마음팔이' 경연장이 되고 있다. 당권주자들이 서로 "누구의 마음이 내게 있다"는 식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윤심(윤석열)'에서 시작한 '마음팔이'는 '나심(나경원)'을 거쳐 '박심(박근혜)'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당의 비전과 총선 전략을 놓고 경쟁해야할 전당대회가 '남의 힘'을 업으려는 경쟁으로 전락하는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31일 여당 전당대회 주자들은 '윤심'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사실상 공개적으로 '윤심'의 지원사격을 받고 있다.

인사하는 김기현 의원 |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3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태호빌딩에서 열린 용인갑 당원간담회에 참석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친윤 주도로 △전당대회 룰 개정 △나경원·권성동 불출마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가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두 번이나 김 의원을 관저로 초대했다. 낮은 인지도 때문에 전당대회 초반 어려움을 겪던 김 의원은 '윤심'을 업었다는 관측이 나오자, 단숨에 선두권에 진입했다. "윤석열정권 성공을 위해 김기현을 밀자"는 당심이 일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양강구도를 형성한 안철수 의원은 김 의원을 '윤심팔이'로 저격한다. 안 의원은 지난 27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저는 윤심팔이를 싫어한다"며 "윤 대통령이 열심히 노력해서 화물연대 같은 것들을 제대로 처리하면서 지지율을 올리고 있는데 거기에는 아무런 공헌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걸 팔고 다니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조경태 의원은 3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윤심에 의존하는 당 대표라면 마마보이하고 다를 게 뭔가"라며 "누구의 마음에 쏙 들어서 정치한다면 정치하면 안 된다. 정치인은 자기 소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지 호소하는 안철수 의원 |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30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윤상현 의원 사무실에서 당협 합동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김 의원과 안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의원을 놓고는 '나심' 쟁탈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나 전 의원의 지지선언을 통해 '나경원 지지층'을 끌어들이겠다는 계산으로 읽힌다. 김 의원은 지난 28일 전직 의원 자녀 결혼식에서 나 전 의원 옆자리에 앉아 상당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당시 이 장면을 목격한 여권인사는 "김 의원이 간절한 표정으로 나 전 의원과 한참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안 의원은 28일 "(나 전 의원에게) 어제(27일) 위로의 문자메시지를 드렸다"며 "조금 시간을 달라는 답을 받았다.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한번 연락드려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두 의원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나 전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제가 역할을 할 일은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나경원 불출마'의 혜택은 안 의원이 조금 더 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30일 공개된 아시아투데이-알앤써치 조사(27∼28일,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은 안철수 39.8%, 김기현 36.5%를 꼽았다. 한 달 전 조사 대비 안 의원과 김 의원은 각각 20%p, 13%p 증가했다. '나경원 지지층'이 안 의원에게 조금 더 쏠렸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는 30일 SNS에 "이번주 목요일, 2월 2일은 5년 동안 생신상 한 번 받아보시지 못하셨던 (박근혜) 대통령님께서 처음으로 사저에서 맞이하시는 생신"이라며 "우리 함께 대통령님 사저 앞에 가서 박 대통령님의 생신을 축하드리자"고 제안했다. 박근혜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황 전 대표의 '박심'을 겨냥한 행보로 읽힌다.

여권 인사는 30일 "한 표가 아쉬운 후보 입장에서는 누가 됐든 표가 된다면 영혼이라고 팔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일단 한 번 도움을 받으면 (대표가 된 뒤)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며 "내년 총선에서 또한번 공천파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승민 전 의원은 31일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 전 의원은 SNS를 통해 "충분히 생각했고, (출마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라며 "인내하면서 때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폭정을 막고 민주공화정을 지키는 소명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경기지사 경선에 출마했다가 윤 대통령 측근 김은혜 전 의원과의 경쟁에서 패했던 유 전 의원은 이후 비윤으로 꼽혀왔다. 최근 윤 대통령과 친윤을 향해 비판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전당대회 출마가 점쳐졌지만 결국 불출마로 결론 내렸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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