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창건일·김정일생일 등

한미확장억제연습 맞서

군사도발 다시 나서나

새해 벽두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초대형방사포 발사 후 예상과 달리 조용한 1월을 보낸 북한이 내부 정치 행사가 줄줄이 예고된 2월에 다시 무력도발 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2월에는 인민군 창건일(건군절·2월 8일)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 16일) 등 대형 정치행사가 이어지는 데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 공격 시나리오에 대비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형 정치행사와 한미의 군사훈련 일정을 고려할 때 북한이 2월에는 군사행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선 올해 75주년을 맞는 건군절을 전후해 긴장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5년·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정주년)의 주요 기념일마다 열병식과 무력시위로 정세를 긴장시키며 대외 메시지를 발신해왔다.

북한이 이미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동향이 포착되고 있다. 미국 상업 위성들은 평양 김일성 광장과 미림비행장 일대에서 1만명 이상의 병력과 주민, 차량 수백대가 집결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관측했다. 동원된 인원들이 '2·8', '75군' 등을 형상화한 모습이 사진으로 확인돼 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 때를 전후해 직접적인 무력 도발에 나서지 않더라도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신형 무기를 공개해 긴장 수위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북한은 지난 2018년 2월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4형'과 '화성-15형'을 공개했으며, 2017년 4월 김일성 전 주석의 105번째 생일을 기념해 열린 열병식에서는 '화성-12형'을 처음 공개한 바 있다.

통상 2월 16일 광명성절은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와 경축 행사 등으로 기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을 통해 강경한 대남·대미 메시지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시설 현대화 작업도 주목된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북한전문매체 '분단을 넘어'는 지난 18일 촬영된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동창리 공사가 비약적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시험대들은 언제라도 발사 가능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이곳에서 정찰위성 시험품 운반체라고 주장하는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2발을 발사하고 "2023년 4월까지 군사정찰위성 1호기 준비를 끝낼 것"이라고 했다. 이밖에 지난 연말 서울 상공에 침투한 것과 같은 무인기 도발이나 전방 지역에서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국지도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 양국은 다음 달 미국에서 북한의 핵 공격 시나리오를 가정한 DSC TTX를 실시할 계획이다. 비록 병력이 움직이지 않는 도상훈련(Table Top Exercise)이지만, 북한의 핵 공격 시나리오에 대비한 훈련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제 북한 선전매체들은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 움직임에 대해 '한계를 넘어선 반공화국대결망동', '호전광들의 히스테리적 발작', '대결병에 걸린자들의 말기증상' 등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31일 "2월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을 시작으로 한미연합훈련이 이어진다"며 "북한도 내부 정치행사와 한미훈련 일정을 고려해 2월부터는 본격적인 대응 움직임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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