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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일본, 아동수당 도입 50년 만에 대폭 수술

부모 소득제한 없애고 고교 졸업까지 지급 검토 … 여야 모두 적극적, 재원 마련 두고 진통 예상

기시다 "차원이 다른 대책"

여론조사, 커다란 기대 안해

등록 : 2023-01-31 11:32:08

일본이 아동수당의 지급 대상과 규모 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올해 국회 시정방침연설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밝힌 이른바 '차원이 다른(異次元)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모의 소득제한을 없애고, 고교 졸업 때까지 모든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지금보다 액수를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일본 정치권은 아동수당의 획기적인 지원 강화에 큰 틀에서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이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나가츠마 아키라 정조회장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민당의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부모의 소득제한을 없앨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대환영이다. 자민당이 드디어 위기감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자민당 모테기 도시미츠 간사장은 25일 중의원 대표질문에서 "임금이 오르면 소득제한에 걸려 수당 수급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늘어나기 때문에 소득제한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야당의 주장에 다소 미온적인 입장이었던 자민당이 적극적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신호로 일본 언론은 해석했다. 기시다 총리도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소득제한의 폐지를 포함해 다양한 제안을 들었다"면서 "국회에서의 논의를 기초로 구체적인 대책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아동수당은 1972년에 도입됐다. 그해 일본의 합계출생률은 2.14명 수준을 유지했다. 전후 베이비붐세대(단카이세대)가 본격적으로 출산을 하는 시기와 맞물려 이후 3~4년은 이른바 2차 베이비붐세대가 태어나던 시기다. 하지만 일본은 1975년(1.91명)부터 본격으로 출생률이 두명 이하로 떨어져 지금까지 장기간 저출산사회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서 아동수당도 강화돼 왔다. 1972년 첫 도입 때는 셋째 아이부터 월 3000엔을 지급하다가 이후 금액과 대상을 확대해왔다.

현재 일본의 아동수당은 중학생까지 1인당 월 1만~1만5000엔(약 9만5000~14만2500원)을 지급한다. 다만 부모의 소득이 연 960만엔(약 9100만원) 이상일 경우 일률적으로 5000엔(약 4만7500원)을 지급하고, 연 1200만엔(약 1억1400만원)을 넘으면 아동수당을 한푼도 받을 수 없다. 그동안 야당을 중심으로 아동수당 수급 자격을 소득에 따라 제한하는 제도를 철폐하자고 주장해왔다.

일본 자민당을 비롯해 정치권이 아동수당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는 최근 수년간 신생아가 빠르게 줄고 있어서다. 일본은 1974년(약 203만명)까지 한 해 신생아가 200만명 이상 태어났지만 2016년(약 98만명) 100만명 이하로 떨어진 후 지난해는 77만명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 등이 2030년대 후반에나 70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15년 가까이 앞당긴 것으로 인구절벽에 대한 위기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시다 정권은 올해 국정운영의 최대 과제로 저출산 대책을 들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23일 국회 시정방침연설에서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저출산대책을 실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세부적인 대책으로는 △경제적 지원의 강화 △보육서비스의 충실화 △일과 보육의 양립지원 등 크게 세 갈래의 방안을 중심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6월쯤 결정하는 내년도 예산편성 지침의 뼈대가 되는 '경제재정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에서 저출산대책의 큰 틀을 담는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여야는 재원 마련 등의 방법 등을 두고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일본 국민들은 정부와 정치권의 저출산대책에 크게 기대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7~29일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정권이 추진하는 대책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55%로 '기대한다'(41%)는 응답보다 앞섰다. 조사에서 효과적인 저출산대책으로 가장 많은 답변은 '경제성장을 통한 젊은층의 임금인상'이 51%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일하는 방식의 개혁 등 일과 육아의 양립 촉진'(42%) '아동수당 등 경제적 지원의 확충'(36%) '보육과 유아교육 등 서비스의 확충'(34%) 등이 뒤를 이었다.

저출산대책 재원에 대해서는 '사회보험료 등의 부담이 늘어도 좋다'는 응답은 41%에 그친 데 반해, '늘리면 안된다'는 답변이 55%로 집계됐다. 향후 저출산대책을 위한 아동수당 등의 확대 과정에서 필요한 재원 마련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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