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스템 안정위해 120일 동안 자금 예치

옐런 재무장관, 민간자본 투입안 직접 논의

시장 불안감 가시지 않아 … 주가 다시 폭락

미국의 11개 대형은행이 파산위기에 빠진 중소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을 구제하기 위해 300억달러(약 39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120일 동안 자금을 예치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직접 민간자본 투입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대형은행들이 미국의 금융 불안을 진화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대형 은행들의 지원으로 일단 한숨을 돌린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가 장 마감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다시 20% 폭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16일 미국 맨해튼 금융 지구에 있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정문 모습. AP=연합뉴스


◆미, 금융 불안 진화 총력전 =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와 대형은행들은 지역은행 파산으로 불거진 금융 불안을 진화하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전일(현지시간) 미국의 11개 대형은행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총 300억달러를 예치한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JP모건체이스, 시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가 각각 50억달러를 예치하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각각 25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US뱅코프, 트루이스트 파이낸셜, 스테이트스트리트, PNC뱅크, 뉴욕멜론은행 등은 각각 10억달러를 공급한다.

공동으로 마련한 300억달러는 비보호예금으로 120일동안 예치되며 다른 예금자들과 동등한 수준의 예금이자를 수령할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가 제기되면서 위기설에 휩싸인 바 있다. 이번 조치는 대형 은행들이 퍼스트리퍼블릭이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이며 자기 돈을 맡길 정도로 퍼스트리퍼블릭을 신뢰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가진다.

대형 은행들은 이번 구제 방안을 미 금융당국과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직접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와 전화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민간 자본을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다이먼이 다른 은행들을 설득했다. 옐런 장관과 다이먼은 지난 며칠간 다른 은행 CEO들과 통화하며 계획을 구체화했으며 은행들의 공식 발표 직전 재무부에서 만났다. WP는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이 납세자의 부담을 키우지 않으면서 은행 시스템을 안정화하기 위해 대형 은행 간 조율에 긴밀히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등 4개 기관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대형 은행들의 지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오늘 11개 은행이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300억달러를 예치한다고 발표했다"며 "대형 은행들의 이 같은 지지 표명은 은행 시스템의 회복력을 보여주며 매우 환영한다"고 밝혔다.

◆퍼스트리퍼블릭 시간외 거래 20% 폭락 = 하지만 대형 은행들의 대규모 지원 사격에도 시장 불안감은 여전하다.

전일 뉴욕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가는 파산 위기설이 부상하며 36% 가까이 폭락, 20달러 아래까지 내려갔다. 그러다 미국 대형 은행들이 30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소식에 이날 하락 분을 모두 회복하고 전날보다 9.98% 상승한 34.27달러(4만4979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다시 20% 폭락 양상을 보였다. 조달 비용이 높은 금융기관 등의 차입에 의존할 경우 수익성 압박이 예상되는 등 은행의 건전성 문제가 더 크게 다가오며, 심각한 예금유출 위기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며 위기설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전문가들은 '부실이 어디서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미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 내 지역은행들이 상당수 있어 언제 어디서 은행파산과 뱅크런 사태가 터져 나올지 모른다는 심리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의 뱅크런이 얼마나 심화될지는 누구도 알기 어렵고, 자산 규모 2500억달러 이하의 소형은행은 미국 부동산 대출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김영숙 기자 · 워싱턴 한면택 특파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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