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은행, 미국은행 대비 35% 수준

금감원 "테마별 스트레스테스트 강화"

은행 보유자산 특성 반영해 감독·검사

국내 대형은행의 대출 규모가 최근 몇 년간 크게 증가했지만 위험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규모는 여신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이 잇따라 파산하고 스위스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로 위험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의 자본을 확충하고 충당금을 늘리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이 17일 '2023년 은행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밝힌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의 총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지난해 9월말 기준 0.51%로 나타났다. 미국은행의 경우 총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이 지난해 6월 기준 1.49%인 것을 고려하면 국내 은행의 적립률은 미국의 35% 수준에 그쳤다.

2018년 0.62%에서 2021년 0.46%까지 하락했다가 다소 상승한 것이지만 위험에 대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대 은행의 부실채권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지난해 9월 기준 243.8%로 2018년 111% 대비 급증했다. 코로나19 이후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로 연체율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크게 올라간 것이다. 전체 대손충당금은 2018년 7조4000억원에서 2022년 9월 8조4000억원으로 7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감원은 "부실채권 비율 하락과 더불어 부실채권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크게 개선됐다"면서도 "총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자산성장 과정에서 하락함에 따라 앞으로 손실흡수능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은행별 보유자산의 특성을 반영한 테마별 스트레스테스트를 강화해 은행권의 손실흡수능력을 선제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SVB의 경우 국공채 투자액이 총자산의 51.7%에 달하는 등 특정 자산 편중 현상이 위험을 촉발시킨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16일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스트레스 완충자본을 도입하고 경기대응완충자본 적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올해 은행부문 검사방향과 관련해서도 △은행의 투자·유동성·신용위험 등의 리스크관리 적정성 △부동산 PF 관련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및 점검 △은행 손실흡수능력 제고 유도 지속 등을 중점 검사사항을 꼽았다.

이와함께 대출금리 급등과 경기 둔화 등으로 기업과 가계의 자금애로가 심화됨에 따라 불공정 불건전 영업행위와 금융소비자법상 준수의무 위반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대출모집인 관련 위법 여부도 상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김영주 금감원 부원장보(은행담당)는 "최근 SVB 파산 사례와 같이 해외로부터 발생한 불안 요인이 국내 금융시장의 시스템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잠재리스크 요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며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취약부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고 금융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불공정·불건전행위에 엄정 대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업무설명회에는 은행·은행지주회사 임직원과 은행연합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으며 보스톤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박영호 파트너가 '은행업의 새로운 현실'을 주제로 외부 시각에서 바라본 글로벌 및 국내 은행산업에 대해 발표했다. 박 파트너는 팬데믹 이후 글로벌 은행의 대응현황을 소개하고 국내 은행의 고객 중심 상품 가격 설정과 새로운 유형의 리스크 대응강화 등을 제언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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