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

아르테미스는 미항공우주국의 주도로 유럽우주국과 일본항공우주국, 그리고 캐나다우주국 등이 참여하는 다국적 달 탐사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2021년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함으로써 10번째 참여국이 됐다. 인간이 마지막으로 달을 방문한 것은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 착륙 때였다. 아르테미스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26년경 인간은 또다시 달에 착륙하게 된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아폴로와 차원이 다르다. 과학기술이 지난 50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로켓 기술뿐 아니라 전자 통신 컴퓨팅까지 모든 면에서 50년 전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당연히 아르테미스 계획의 꿈은 그만큼 원대하다. 1차적인 아르테미스의 목표는 주기적으로 달을 왕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달 상공을 공전하는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가 만들어진다. 또 인간이 정주할 수 있는 달 기지도 건설된다.

엄청난 비용이 드는 루나 게이트웨이와 달 기지를 건설해서 얻는 건 무엇일까? 아무리 멋진 일이라 해도 돈만 쓰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사업은 지속하기 힘들다. 비용만 발생하는 비즈니스에 영원한 '묻지마 투자'가 있을 리 없다.

달에 풍부한 헬륨-3, 희토류 원소들

지속적인 달 왕복과 기지 건설은 달로부터 무언가 얻을 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무엇일까? 문건에 따르면 달에서 채굴할 수 있는 자원 중 우선시 되는 것은 헬륨-3과 희토류 원소들, 그리고 물과 달 표면의 암석들이다. 이들 중 지구로 가져올 가치가 있는 것은 헬륨-3과 희토류 원소일 것이다. 희토류 원소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산업에 꼭 필요한 물질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헬륨-3은 왜 가져오려 하는 것일까?

헬륨은 지구에도 나름 풍부한 원소다. 헬륨은 주로 핵의학 장비나 반도체 산업에 쓰이는데 우리나라는 연간 2000톤 이상을 사용한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에는 헬륨이 생산되지 않는다. 헬륨 가격이 보통 1톤당 1억원 정도이므로 2000억원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어쨌든 1톤 당 1억원이면 굳이 달에 가서 가져올 이유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이는 헬륨-4의 얘기다.

헬륨에는 헬륨-3이란 동위원소가 있다. 헬륨-4보다 가벼울 뿐 화학적 성질이 거의 똑같은 쌍둥이 물질이다. 그럼 헬륨-3도 풍부하지 않을까? 답부터 얘기하면 매우 부족하다. 헬륨-3은 전체 헬륨의 1/100만밖에 안된다. 그러니 가격도 엄청나게 비싸, 요즘은 1g에 2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헬륨-3은 주로 미국에서 생산되어 공급됐으나, 911테러 이후 전략자원으로 지정되면서 이제는 수입도 어려운 물질이다. 사실 미국도 1년에 1kg을 생산하기 힘들다고 하니 자국의 수요조차 감당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헬륨-3이 왜 이렇게 중요하게 된 것일까. 우선 헬륨-3은 좋은 중성자 흡수체이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국가안보를 위해 미국 내로 들어오는 화물에서 핵물질을 찾아내기 위해 중성자 검출기를 대거 설치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헬륨-3의 수요가 치솟기 시작했다. 또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핵의학 진단장비에도 헬륨-3이 사용된다. 게다가 요즘 주목받고 있는 양자컴퓨터 개발에도 극저온 냉각 장치의 구동을 위해 헬륨-3이 필요하다. 수요는 많아지고 공급은 한정되어 있으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건 당연하다.

앞으로 헬륨-3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게 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왜냐하면 헬륨-3이 핵융합 연료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사용하는 핵융합과 달리, 중수소와 헬륨-3을 사용하면 중성자가 부산물로 생기지 않는다. 이는 매우 큰 장점으로 헬륨-3을 사용하는 핵융합이 궁극의 청정에너지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기술의 유일한 단점은 지구상에 헬륨-3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실 헬륨-3은 태양에서 끊임없이 지구로 날아온다. 그러나 지구는 자기장과 대기에 의해 헬륨-3을 받아들이기 힘든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기가 없는 달에선 사정이 다르다. 헬륨-3이 달 표면에 그대로 쏟아져 상당량의 헬륨-3이 월면에 쌓여 있을 것이라 예측된다.

채굴 실효성 떠나 시도할 가치 있어

2020년 12월 중국의 창어 5호는 달에서 암석 표본을 채취해 지구로 돌아왔다. 구체적인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중국우주국의 발표에 따르면 상당량의 헬륨-3이 달에 있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인도 역시 독자적으로 달 탐사를 하고 있다. 2019년 찬드라얀 2호를 보낸 경험으로 올해에는 찬드라얀 3호를 달로 보낼 예정이다. 바야흐로 달 개척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달에서 헬륨-3을 가져오는 것이 실효성이 있는지는 논란의 대상이다. 헬륨-3을 달에서 채굴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무엇보다도 수송하는데 들어가는 비용 역시 천문학적이기 때문이다. 비록 헛된 꿈 같이 보이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과거엔 불가능한 꿈이었던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