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한국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 2021년 성장률은 4.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평균인 5.6%보다 낮았다. 지난 2월 무역수지 적자는 53억달러로 지난해 3월부터 12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5년 9개월 만이다. 우리 수출의 20% 가까이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급감했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행 수출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더 큰 문제는 무역적자 상황에서도 흑자를 지속해 왔던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3월 10일 발표한 2023년 1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 적자가 5조9664억원(45억2000만달러)으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통계가 시작된 1980년 1월이후 월간기준 가장 큰 규모다. 경상수지는 국가의 대외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지표인데다, 국내에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뜻이어서 외환시장에도 불안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반도체 수요 부진이 지속되고, 대중국 수출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하반기에도 국제수지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

무역수지 이어 경상수지마저 적자 전환

실제로 중국의 경제활동이 재개됐지만 2월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22.7% 감소해 9개월 연속 줄고 있다. 글로벌 수요둔화와 함께 중소기업의 수출환경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 조사결과, 수출 중소기업의 28.6%만이 올해 수출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고, 71.4%의 기업들이 2022년과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는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무역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수출확대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도 전 부처 역량을 총 동원해 수출드라이브 체계 가동에 나섰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19개 부처의 수출·투자담당 실장급이 참석한 가운데 부처별 수출목표와 이행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수출투자책임관회의'를 지난 2일 개최했다. 정부 수출지원예산 1조5000억원을 상반기에 집중 투입하고, 최대 362조5000억원의 무역금융과 중동협력 프로젝트 밀착 지원에 힘쓰겠다고도 밝혔다.

한국경제가 복합경제 위기에서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수출을 이끄는 전략산업의 경쟁력 회복과 신성장 동력의 재점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모든 경제주체가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한다. 우선 국회의 도움이 절실하다.

여야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 정부와 협력해 투자를 가로막는 과감한 규제혁파에 나서야 한다. 미래 먹거리가 될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입법적 뒷받침도 중요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20년 만에 우리를 앞지른 대만은 반도체 연구개발(R&D) 투자비의 25%를 세액 공제해주고 반도체 인재 양성 등 전략산업 육성에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법인세 최고 세율도 20%로 한국보다 4%p나 낮다.

모든 경제주체가 함께 머리 맞대야

중소기업도 비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K-팝 등으로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적극 활용해 수출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가 당면한 복합경제 위기와 저성장의 고착화, 수출확대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