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자극 고려하느라 눈에 띄는 실속대책 안보여

코로나19 당시 내수활성화 대책과 다르지 않아

지역축제와 기존 행사 모아 새로운 것처럼 소개

빈 수레가 요란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2개월 가까이 정부가 고민한 대책으로 보기엔 '알맹이 없는 짜깁기 대책'이었다. 정부는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5월과 2021년 11월에도 내수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 대책도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재탕이란 평가다.

이번 대책에서 알맹이가 빠진 이유는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내수활성화 대책을 내놔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정 지출을 최소화하려다 보니, 이미 예정된 축제나 공연행사 등을 묶어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무비자 환승입국 허용이 그나마 새로운 정책이다. 하지만 비자절차가 복잡해서 외국인 관광객 수가 줄어든 게 아니어서 효과는 미지수다. 정부도 무비자 환승입국 일부 국가 허용에 따른 효과를 추산하지 못했다.

◆이벤트·할인행사로 내수 진작 = 정부는 29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갖고 내수활성화대책을 발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최대 600억원의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1인당 숙박비 3만원씩 총 100만명, 유원시설 입장료 1만원씩 총 18만명, 휴가비 10만원씩 최대 19만명 등 총 153만명에게 필수 여행비용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또 "문화비·전통시장 지출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10%p씩 한시적으로 상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방한 관광객 1000만명 이상 유치를 위해 22개국을 대상으로 전자여행허가제(K-ETA)를 면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부 대책을 보면 △내수 붐업 패키지 마련 △국내소비 기반 강화 △외국인 방한관광 활성화 △지역·소상공인 상생 △생계부담 경감을 통해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내외국인이 찾을만한 대규모 이벤트와 각종 기업의 할인판매행사, 지역축제를 정부가 적극 지원해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재개하는 국내관광을 본격 활성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내수붐업 패키지'다. 하지만 '내수붐업 패키지'는 대부분 민간이나 지자체 등이 준비하고 있던 행사나 사업을 전국적으로 묶어서 발표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아울러 정부는 숙박·레저 등 필수 여행비 할인과 근로자 등 국내휴가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 근로자와 소상공인 등에게 1인당 국내여행비 10만원을 지급하는 근로자휴가지원 사업이다. 당초 9만명으로 예정됐던 사업을 최대 19만명으로 늘렸다. 여기에 투입되는 재정은 최대 200억원 규모다. 이 사업 역시 코로나19 당시 문재인정부가 시행했던 사업으로 재정투입 액수만 조금 늘었다.

◆국내 소비기반 강화 = 문화비나 전통시장 지출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한시적으로 10%p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문화비는 소득공제율을 기존 30%에서 40%로 전통시장 지출은 40%에서 50%로 연말까지 상향한다.

또 기업의 문화 업무추진비 인정 항목에 유원시설 이용이나 케이블카 수목원 입장비용을 추가하기로 했다. 또 올해부터 부처님오신날(5월27일)과 기독탄신일(12월25일)을 대체공휴일에 포함해 내수진작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공무원 연가사용을 권장하고 봄철 학교 재량휴업 과 교외 체험학습 등을 활용하는 등 공공과 민간의 휴가 사용도 유도하기로 했다. 또 매월 마지막 주말을 '여행이 있는 주말'로 지정, 주말 단기여행 수요 촉진을 위한 캠페인도 실시한다.

◆입국 쉽도록 비자제도 개선 =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이 쉽도록 비자제도도 일부 손본다.

정부는 입국자 수는 많지만 입국거부율이 낮은 일본 등 22개국을 대상으로 전자여행허가제(K-ETA)를 내년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일본을 포함해 대만, 홍콩, 싱가포르,미국, 캐나다, 영국 22개 국가가 여기에 포함된다.

또 4월부터 코로나19로 중지된 환승 무비자 제도를 복원해 유럽·미국·중국·동남아 등 환승관광객 유입이 쉽도록 했다. 출입국 온라인 민원센터 신설 등을 통해 전자사증 발급에 걸리는 기간을 7일에서 최대 2일로 단축한다. 베트남과 필리핀·인도네시아의 단체 전자비자 발급 요건도 완화한다.

정부는 또 한-중·일본·동남아 등 국제항공 노선을 조속히 회복하고 지방공항 활성화 등 관광객 유치 기반도 강화키로 했다. 특히 일본은 지방노선 재개 관련 당국간 협의가 이미 시작돼 빠른 시간내 항공노선 재개가 기대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신규 취항 항공사·관광전세기에는 공항시설 사용료를 감면한다.

다만 정부는 이같은 조치로 외국인 관광객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추산하지 못했다.

◆소상공인 지원 =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전통시장에서 지출한 기업 업무추진비 손금한도 특례도 신설한다. 기존 한도의 10% 범위 내에서 추가 인정된다.

온누리상품권의 월 개인 구매한도를 상향한다. 종이상품권은 50만원에서 100만원, 카드는 100만원에서 150만원, 모바일상품권은 50만원에서 150만원까지 구입할 수 있다. LH 공공임대 상가의 임대료 인하(25%) 조치를 올해 연말까지 연장한다.

이밖에도 정부는 서민 생계부담을 줄이기 위해 먹거리와 통신, 금융비용 경감방안도 추진한다.

먹거리 가격 안정을 위해 주요 농축수산물 품목에 대해 170억원 규모의 할인지원을 실시한다. 1인당 1만원(전통시장 2만~4만원) 한도로 전통시장과 중소형 마트, 온라인쇼핑몰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닭고기 등 수급불안 품목과 식품업계·농어가 생산지원 품목의 관세를 없애거나 대폭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서민들의 통신요금 부담완화를 위해 저렴한 5G 시니어 요금제와 데이터 사용에 특화된 청년요금제를 출시한다. 취약계층 금융지원을 위해 햇살론카드를 1년 이상 연체 없이 이용한 경우 보증한도를 100만원 증액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날 발표한 내수활성화대책에 대해 '자영업자나 서민들에게 와닿지 않는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골목상권의 대다수의 소상공인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실질적으로 혜택을 누리기가 요원하다. 실질적인 내수 활성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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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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