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회사채 탄소배출량 감축효과 공개

개별 기업 매출 대비 분포도 크게 개선

탄소효율성 고려한 채권투자 전략 주목

유럽중앙은행(ECB)이 회사채 투자를 결정할 때 탄소중립 기준을 주요하게 고려한 결과 기업의 탄소배출량이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개별 기업들의 매출 대비 탄소배출량 분포도 크게 개선됐다.


시장전문가들은 채권투자에서도 기업들의 탄소 효율성을 고려한 비중 조절 전략이 점차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ECB는 통화정책에 기후변화를 고려하는 '기후행동계획'을 발표한 지 2년여 만에 처음으로 회사채 탄소배출량을 공개했다. ECB가 보유한 회사채는 작년 말 기준 약 540조원에 이른다. 작년 한해 포트폴리오 탄소집약도(100만유로당 284톤)는 5년 전 대비 약 30% 감소했다.

고무적인 내용은 작년 10월부터 회사채 투자를 결정할 때 대상 회사의 과거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 정보 공시 수준 등 탄소중립을 추가로 고려해 투자한 결과 작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회사채 포트폴리오의 전체 매출 대비 탄소배출량이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ECB는 작년 10월 회사채 투자시 탄소 중립을 지원하기 위한 평가체계를 도입하면서 회사채 투자를 중단한 가운데 만기가 도래한 원금의 친환경 기업 재투자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철강, 시멘트 등 고탄소 집약 산업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진 않았다. 이들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돕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강대승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의 탄소 배출 감축이 크레딧 스프레드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앞으로는 채권투자에서도 기업들의 탄소 효율성을 고려한 비중 조절 전략이 점차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그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투자자들의 선호도 증가다. 탄소 중립사회로 변화에 발맞춰 ECB, 영국중앙은행(BOE) 등 공적기관들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여타 자금운용기관들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2050년 탄소중립 포트폴리로 구축을 약속하고 있다. 경쟁사 대비 탄소 배출량이 적은 기업의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증가할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재무적 성과 차이다. 적극적 매수, 매도보다 만기까지 보유하는 경우가 많은 채권투자자들은 기업의 배출량 저감 노력에 따른 기업 실적 개선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뉴욕대학교(NYU)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2015년 이후 탄소 중립과 기업의 재무성과와의 관계를 분석한 1000편 이상의 논문들 중 약 60% 가량의 논문이 둘 간의 긍정적인 관계를 발견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강 연구원은 "이 둘 간의 긍정적 상관관계는 탄소 국경세 도입, 무상 배출권 할당 축소 등 각국 규제정책 확대에 따른 탄소배출 비용 상승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강화될 것"이라며 "보유기간이 상대적으로 긴 채권투자의 경우 틸팅 전략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선호도 확대, 중장기적으로는 재무성과 개선효과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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