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IRP형가입자, 7월 11일까지 디폴트옵션 상품 지정해야

상품 선택 도와주는 제도로 쥐꼬리 수익률 벗어날까 기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개정에 따라 퇴직연금 가입고객은 사전지정운용방법 중 하나를 지정하여야 합니다." "디폴트옵션 지정 이벤트 안내, 지금 디폴트옵션 지정하면 혜택이 한가득!"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안내 문자와 메일을 받는 직장인들이 많이 늘었다. 오는 7월 12일 디폴트옵션 지정이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이달 말부터는 각 금융사의 퇴직연금 운용 성적표가 공개된다. 퇴직연금사업자들의 수익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확정급여형(DB) 해당 안 돼=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12일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지정 의무화가 시행된다. 가입자는 사업자의 안내를 통해 7월 11일까지 스스로 본인에게 적용할 옵션 한 가지를 선정해야 한다. 퇴직연금 중 가입자가 운용하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만 해당되며, 사업주가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은 해당되지 않는다.

디폴트옵션이 도입된 이유는 무엇보다 낮은 수익률 때문이다.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현황 통계를 보면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은 2019년 2.25%, 2020년 2.58%, 2021년 2%를 기록했다. 원리금보장형의 경우는 수익률이 더욱 낮다. 같은 기간 2.77%, 1.68%, 1.35%를 기록했다. 그나마 실적배당형의 경우엔 각각 6.38%, 10.67%, 6.42%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퇴직연금이 대부분 은행정기예금 등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운용되는 데에 기인한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총 적립금 336조원 중 88.6%가 원리금보장상품이다.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퇴직연금 가입자의 적립금 장기간 방치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상당수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가입한 뒤 이를 방치해 왔다. 근로자의 자산운용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바쁜 일상에 밀려 관심도 부족한 탓이다.


◆다양한 상품의 선택을 돕는 제도 = 디폴트옵션 도입 논의는 퇴직연금자산의 대부분이 원금보장상품에 방치되어 있다는 데서 출발했다. 디폴트옵션이란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가 정부의 승인을 받은 적격 연금상품을 지정해 두고, 가입자가 일정기간 상품을 선택하지 않으면 사전에 정한 적격상품에 자동가입하게 하는 제도다. 근로자의 투자 성향에 따라 디폴트옵션 상품을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 투자자의 선택권을 가장 강하게 보장하며 선택을 돕는 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디폴트옵션은 자산배분 상품부터 안정형 상품까지 다양한 유형이 담겨 있다"며 "예를 들어 큰 레스토랑에서 수십가지 메뉴를 보며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할 때 그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가 따로 소개되면 소비자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금융역량이 부족한 근로자가 20~30년 자산운용을 직접 한다는 것은 힘들다. 때문에 디폴트옵션은 자산운용의 어려움, 바쁜 생계, 무관심 등으로 운용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가입자들의 노후자산 관리에 도움을 주는 퇴직연금 상품 선택을 도와주는 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은퇴앞둔 근로자 DC형 유리 = 디폴트옵션은 DC형과 IRP 가입자들이 선택할 수 있다. DC형은 임금 상승 기회가 적은 높은 직급 근로자나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정병희 NH투자증권 1OO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은 "특히 임금피크를 앞두고 퇴직연금이 DB형인 근로자는 DC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며 "임금피크 이후 급여가 삭감되면 퇴직연금 원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DC형으로 전환하여 원금을 지키며 직접 운용하는 것이 안정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자산관리에 관심이 많은 근로자라면 노후준비자금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다만 적립금 운용의 권한과 책임은 가입자인 근로자에게 있고 노후자금인 만큼 운용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위험자산으로 규정된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한도가 정해져 있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한도는 가입자별 퇴직연금 적립금 총자산의 70%로, 주식 등 일부 고위험자산과 전환사채, 특별자산펀드 및 혼합자산펀드의 투자는 금지된다.

◆3월 말 기준 279개 상품 승인 = 지난해 11월 첫 상품 승인이 이뤄진 이후 올 3월 말 기준 279개 상품이 승인됐다. 현재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는 3월 기준 초저위험 41개, 저위험 80개, 중위험 80개, 고위험 78개 등 총 279개의 승인받은 디폴트옵션이 공시되어 있는데, 가입자는 사업자의 안내를 통해 7월 11일까지 스스로 본인에게 적용할 옵션 한 가지를 선정해야 한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디폴트옵션을 지정한다 해서 당장 운용 방법이 바뀌는 건 아니다. 새로 퇴직연금에 가입한 경우 첫 부담금을 납부하고 2주가 지날 때까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기존 금융상품이 만기가 도래한 경우에는 6주간 운용 지시가 없을 시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디폴트옵션이 적용될 때까지 적립금은 현금성 자산으로 남아 낮은 금리로 운용된다.

디폴트옵션 상품은 대부분 장기투자에 적합한 펀드상품과 원리금 보장상품 등으로 구성됐다. △원리금 보장상품 △타깃데이트펀드(TDF)·밸런스펀드(BF)·스테이블밸류펀드(SVF)·사회간접자본(SOC)펀드 △펀드와 원금보장 상품을 혼합한 포트폴리오형 등이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1개의 원금보장형 포트폴리오와 저·중·고위험으로 나눠진 3개의 원금비보장형 포트폴리오 등 총 10개의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각 포트폴리오당 펀드는 최대 3개까지 구성된다.

보통 실적배당형인 고위험의 경우 TDF나 BF로 구성된다. 중위험, 저위험 포트폴리오는 TDF, BF, 정기예금을 혼합한 형태다. 원리금 보장형은 정기예금 등으로 구성된다. 디폴트옵션 상품 중에서는 TDF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DC와 IRP 가입자들은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먼저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디폴트옵션을 선택하는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원금손실 위험을 얼마나 감수할 수 있을 것인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허용 위험이 낮을수록, 다시 말해 기대수익이 낮을수록, 낮은 위험의 상품이나 포트폴리오를 선택해야 한다. 사업자들은 각 상품이나 포트폴리오의 위험과 수익정보를 필수적으로 제공해야 하므로, 단순히 위험등급만 보지 말고 손실 위험과 기대수익률을 반드시 따져보아야 한다.

가입자가 부담하는 제반 비용도 실질수익률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므로 동일한 기대수익률이라면 낮은 비용의 옵션을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기간, 즉 현재부터 연금수령 시점까지의 기간이다. 만기가 있는 상품들이 포함되든, 없는 상품들이 포함되든, 디폴트옵션의 운용기간과 투자기간이 다른 경우, 가입자로서는 예기치 못한 손실을 보거나 부적합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본인이 직접 운용을 계속 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디폴트옵션들 중에 본인에게 맞는 게 없다거나 금융사보다 자신이 더 자산운용에 자신이 있는 경우엔 직접 운용지시를 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셋째 디폴트옵션이나 운용 지시도 없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만일 만기 상품들이 있다면 지금까지 가능했던 원리금보장 상품의 자동 재예치나 포괄운용지시가 불가능하다. 그 적립금은 대기성자산으로 운용되면서 이자수익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수익측면에서 불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지정 의무화 "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