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여개 답례품·지정기부 효과

"일본처럼 지자체 자율에 맡겨야"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놀고 만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을 구상했습니다. 고향납세(일본 고향사랑기부금)가 큰 힘이 됐습니다."

충남도 방문단이 24일 일본 야이즈시 어린이회관을 찾았다. 안전을 위해 놀이시설 장난감 등을 모두 목재로 만들었다. 일본 야이즈시 = 윤여운 기자


24일 일본 시즈오카현 야이즈시 탄토쿠로 어린이회관에서 만난 나카노 히로미치 시장의 말이다.

탄토쿠로 어린이 회관은 우리나라 돈으로 170억원(고향사랑기부금 92억원)을 투입해 2021년 7월 문을 열었다. 모임 놀이 배움의 기능을 집약, 지역에 사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폭넓은 세대의 사람들이 교류하는 육아 지원 거점이다. 탄토쿠르는 '많이'라는 야이즈시 방언이다.

충남도 방문단이 회관을 찾은 24일은 마침 정기휴관일인 수요일이었다. 하지만 평소엔 4층 전체 건물이 항상 아이들과 주민들로 꽉 차있다고 한다. 실내의 놀이시설 장난감 등은 모두 나무로 만들었고 도서관엔 7000여권의 동화책이 빼곡히 비치돼 있었다. 바닷가 도시인만큼 배 어류 등 지역의 특성을 살린 미술관도 눈에 띄었다.

호라우치 탄토쿠르 어린이회관 반장은 "2년도 안돼 5월 기준으로 14만명이 찾았으며 지금은 방문객 가운데 70%가 시외에서 오고 있다"며 "주민들이 대단히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탄토쿠로 어린이회관은 야이즈시의 고향사랑기부제의 대표적인 운영사례다.


야이즈시는 저출산에 시달리는 지방자치단체인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부금 상당부분을 활용하고 있다. 유치원 놀이기구에도 기부금이 지원됐다. 새로운 놀이기구를 설치해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놀 수 있는 환경으로 정비했다. 초등학교 책상과 사물함 등도 기부금을 활용해 대거 수리했다. 모두 고향사랑기부금 덕이다. 어린이·보육 등에 쓰이는 명확한 기부금 활용 목적은 사람들의 기부를 촉발하고 확대하는 요인이다.

야이즈시는 우리보다 앞서 고향사랑기부제를 운영하는 일본 지자체 가운데 기부금 금액이 매년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곳이다.

야이즈시에 따르면 시는 2022년까지 9년 동안 총 198만6487건, 369억2750만엔(3511억원)의 기부금을 모금했다. 2022년 한해만도 47만여건에 75억7437엔을 모금했다. 야이즈시 전체 예산의 대략 15%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라고 한다.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액이 1억원을 넘지 못하는 지자체가 수두룩한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일본 시즈오카현 정중앙부에 위치한 야이즈시는 바다를 끼고 있는 13만5000여명의 작은 도시다. 하지만 가다랑어, 참치 등이 주 생산물인 일본 원양어업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야이즈항을 비롯 고가와항, 오이가와항 등 항구가 위치해 있다. 이 뿐 아니라 온난한 기후(연평균 기온 16.5도)와 오이가와강의 풍부한 물을 활용한 쌀 딸기 차 귤 등의 농업도 활발하다.

이 같은 자연조건은 1400여개 품목 이상의 다양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을 가능하게 했다. 처음부터 1400여개 품목이었던 것은 아니다. 시작은 100여개 품목이었다. 물론 많아야 20∼30개를 넘지 못하는 국내 지자체에 비하면 많은 숫자이지만 올해 1400여개 품목을 고려하면 눈부신 발전이다. 그 과정엔 답례품을 최대한 단순화하고 세분화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답례품과 금액의 확대는 자연스럽게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졌다. 2023년 현재 답례품을 납품하는 지역기업은 220곳 이상이다. 고향사랑기부제 홍보는 도시 홍보로 이어졌고 도시 이미지는 전국적으로 향상됐다. 증가한 교류인구는 이·정주로 이어졌다.

야이즈시 관계자는 "고향납세제는 야이즈시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가져왔다"며 "지역기업과 공무원이 소통을 활성화하고 정보공유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문단을 이끈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일본에 와보니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는 가입절차부터 모든 게 너무 획일화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면서 "우리나라도 규제 중심의 고향사랑기부제가 아닌 일본처럼 지자체들이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게끔 대폭 손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야이즈시 =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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