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 소음 증폭, 시민 불편 호소

주말·저녁 집중, 전기차 전환 시급

소음이 도시인의 삶을 질을 떨어뜨리는 주요요인 중 하나로 부상한 가운데 이륜차 소음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에너지 절약은 물론 소음 감축을 위한 전기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증하는 이륜차 운행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이 시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배달전문업체에 배달용 이륜차들이 주차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26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이륜차 통행에 따른 소음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배달 이륜차 소음으로 인한 시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이뤄졌다. 이륜차 폭증이 각종 사고를 늘렸을 뿐 아니라 도심 소음 증폭의 주요 원인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소음민원이 발생한 곳이나 통행량이 많아 소음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15곳을 선정, 이륜차 통행량과 주행에 따른 소음도를 분석했다. 이륜차가 자주 지나다니는 주택가 골목길에 소음측정기를 설치하고 각 지점을 24간 이상 모니터링해 이륜차 주행순간의 1초 소음도와 최고 소음도를 수집했다.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실시한 조사를 분석한 결과 통행량이 가장 많은 지점은 주택과 빌라 밀집지역이었다. 오후 7시 저녁시간대에 최고 154대(시간당)의 이륜차 통행이 관찰됐고 주행 순간 1초 소음도는 46.4~99.7 데시벨까지 측정됐다. 가장 높은 순간 최고 소음도는 101.5 데시벨까지 치솟았다. 이 정도는 철도변에서 열차가 지나갈 때 느끼는 소음 정도(100 데시벨)와 비슷하다.

일주일 단위로 이륜차 통행량을 분석해보니 상업지역보다 주거지역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지역은 주중(월~목)에 많았고 통행이 빈번한 시간대는 오전 11시~오후 1시였다. 주거지역에서는 주말(금~일)이 더 많았다. 저녁 시간대인 오후 6~8시에 가장 많은 통행이 이뤄졌다. 통행량이 가장 많은 지역의 경우 이륜차의 통행이 1시간 소음도를 최고 9.6 데시벨까지 상승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에서 주목할 것은 전기 이륜차의 주행소음이다. 일반 이륜차보다 평균 10 데시벨 이상 낮았다. 특히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 오르막길에서는 평균 13 데시벨만큼 소음도 차이가 커졌다.

서울시는 오는 2025년까지 전체 전업 배달 이륜차를 전기 이륜차로 교체할 계획이다. 사업 완료시 주택과 빌라, 다가구 밀집지역에 사는 시민들이 체감하는 소음 정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전기 이륜차 보급은 기대만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승용차와 달리 전기 이륜차에 대한 인식과 보급속도는 더딘 편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낮은 이용률이 확인됐다. 조사를 진행한 지난해 3~9월 사이 연구원이 선정한 지점을 통행한 이륜차는 모두 1만4607대였으며 이 가운에 전기 이륜차 통행량은 322대로 전체의 약 2.2% 밖에 되지 않았다.

시의회 관계자는 "소음은 시민의 안락한 삶을 방해하는 중요한 해결과제가 됐고 층간소음 등은 이미 주민 갈등 핵심 요소 중 하나"라며 "도심 소음 절감을 위한 정책 속도, 사업 확대 등 우선순위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용승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로 서울시가 배달 이륜차를 전기 이륜차로 교체하는 정책을 통해 시민 불편을 줄일 수 있는 정도를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연구 결과가 향후 소음분야 정책 수립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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