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출신 대거 발탁 … '미일 밀착 외교' '경쟁 교육' 판박이

직전 정부 수사·언론장악 논란 되풀이 … 1년차 지지도까지 비슷

윤석열정부의 내각과 대통령실 핵심인물과 주요 정책방향이 15년전 이명박(MB)정부와 '닮은 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직전 정부를 겨냥한 전방위 수사가 이뤄지고, 언론장악 논란을 일으키는 것까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윤석열정부가 과거로 퇴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시계 보며 입장하는 윤석열 대통령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 입장하며 시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2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정부의 MB정부 '닮은 꼴' 논란은 대선 캠프와 인수위 시절부터 시작됐다.

정권 창출에 핵심적 역할을 하면서 윤핵관으로 불린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은 대표적 친이(이명박) 인사다. 권 의원은 MB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장 의원은 MB 사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출신이다. 대선 캠프와 인수위에도 이명박정부 청와대와 내각 출신 인사들이 손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집권 이후 꾸린 대통령실과 내각은 흡사 MB정부를 옮겨놓은 듯하다.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등은 MB 청와대에서도 일했다.

김태효 1차장은 MB정부 시절부터 고집한 미국·일본과의 밀착 외교를 윤석열정부에서도 되풀이하고 있다. MB정부에서 교육부차관을 지낸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10여년전과 똑같이 경쟁과 자율에 방점을 찍은 교육개혁을 외치고 있다.

청계천 찾은 이명박 전 대통령 |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청계천에서 '청계천을 사랑하는 모임'(청사모) 구성원들과 옛 참모들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MB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마사지'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이동관 대통령 대외협력특보는 방통위원장으로 '영전'이 유력하다. MB정부 국방부장관을 지낼 무렵 정치관여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김관진 전 장관은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특별자문위 민간위원으로 위촉됐다.

윤석열정부는 MB정부 시절 논란이 됐던 국정운영 기조도 되풀이하고 있다.

MB정부는 임기 초 미국산 쇠고기 촛불시위로 곤욕을 치른 뒤 노무현정부와 언론, 시민사회단체, 문화계 등을 겨냥한 대대적 공세를 전개했다. 한국사회를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 이념전쟁을 벌인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수많은 언론인과 문화계 인사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고통을 겪었다.

윤석열정부 들어 수사기관들은 문재인정부를 겨냥한 수사에 열을 올렸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을 통해 문재인정부 고위직들이 대거 재판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한동훈 법무장관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 MBC 기자와 MBC 뉴스룸을 압수수색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명박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박근혜정권의 블랙리스트까지, 보수정권의 언론장악 시도는 결국 국민의 심판대 위에 올라 비참한 말로를 맞이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노조를 겨냥한 비판을 쏟아내자, 경찰은 노조 집회에 대한 강경대응으로 박자를 맞추고 있다.

인물과 정책, 국정운영 방식까지 유사한 두 정부는 대통령 국정지지도 흐름까지 판박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임기 첫 해 동안 50%(1분기)→29%(2분기)→30%(3분기)→34%(4분기)를 기록했다. 50%대로 출발했지만 곧바로 국정난맥상을 노출하면서 20%대까지 추락했다가 4분기 들어 간신히 30%대를 회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1년차에 52%(1분기)→21%(2분기)→24%(3분기)→32%(4분기)를 기록했다. 촛불시위의 직격탄을 맞고 20%대로 추락했다가 4분기에 겨우 30%대를 회복한 것이다.

여권 인사는 1일 "(윤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라서 그런지,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데 익숙해보인다"며 "이명박정부 때처럼 네 편을 무력화시키는데만 힘을 쏟아서는 광범위한 국정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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