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는 "취업자수 증가 영향" 설명하지만

법인·부동산·금융소득 편중 감세정책도 영향

정부 감세정책 본격 적용되면 격차 더 커져

월급쟁이로부터 원천징수하는 근로소득세는 정부재정을 채워넣는 마르지 않는 샘물일까.

법인세와 부동산·사업소득·금융소득에 붙이는 세금이 급감하면서 최대 수십조원대 '세수펑크'가 예고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법인과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감세 영향도 받았다. 법인들은 올해부터 1%씩 일괄적으로 세금을 덜 내고 다주택자 중과도 대부분 없앴기 때문이다.


반면 월급쟁이들이 내는 근로소득세만 유일하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근로소득세수는 5년 전인 2017년 대비 23조4000억원(68.8%)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국세(49.2%)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등에게 부과되는 종합소득세 증가폭(49.4%)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왜 근로소득세만 늘었나 = 5일 기획재정부의 '4월 국세수입현황'을 보면 올해 4월까지 근로소득세수는 22조8000억원이 걷혔다. 1년 전보다 1000억원 늘었다. 근로소득세는 노동자들의 근로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급여에서 원천징수된다.

반면 부동산·자산·금융 소득과 사업소득 등에 대한 세수는 최대 수십조원까지 줄었다. 1~4월 전체 소득세수는 35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조9000억원(-19.9%) 줄었다.

양도소득세수는 5조9000억원으로 1년 전(13조1000억원)보다 7조2000억원 덜 걷혔다. 부동산 거래가 줄었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감면에도 영향을 받았다. 종합소득세 역시 경기 침체로 올 4월까지 2조4000억원 덜 걷힌 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법인세는 35조6000억원으로 1년 전(51조4000억원)보다 15조8000억원(-30.8%) 감소했다. 경기부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상속증여세(-8%), 종합부동산세(-26.3%), 증권거래세(-28.6%) 등 자산 관련 세수도 모두 줄었다. 자산가치가 떨어진 것이 원인이지만 종부세 등 감세의 영향도 받았다.

◆법인·다주택자 대규모 감세 = 정부는 경기 회복에 따른 취업자 수 증가로 근로소득세수가 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으로 임금이 오른 점도 근로소득세수를 올린 요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2021년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 수는 1995만9000명으로 2017년(1801만명)보다 195만명 늘었다.

하지만 대기업과 고액자산가, 다주택자 중심의 감세 정책도 한 원인이다. 지난해 정부는 법인세와 보유세 세율을 낮추고 세액감면과 공제를 확대하면서 대규모 감세에 나섰다. 법인세는 1%p씩 일괄 내렸고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제도도 대부분 없앴다.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방침도 유보시켰다. 하지만 근로소득세는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소폭 조정에 그쳤다. 당시 법인세, 재산세 감세를 위한 보여주기식 소득세 감세라는 지적도 나왔다. 전반적으로 세액공제를 줄이는 추세여서 향후에도 근로소득세는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근로소득세-이외 세금 격차 커진다 = 문제는 정부 재정의 '근로소득세 편중' 추세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과 고액자산가, 다주택자 중심의 감세 법안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하반기에도 경기회복 가능성이 높지 않아 근로소득세 이외 세수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란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부동산 거래가 계속 부진하고 하반기에도 소비 위축이 예상되고 있어 법인세·소득세·부가세 감소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법인세는 수출부진과 주요기업 실적악화로 세입여건 개선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다. 반도체 등 3대 전략산업에 대한 시설투자 세액공제로,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전체 법인세수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소득세와 부가세 감소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소득세는 4월까지 35조7000억원 걷혔는데 전년보다 8조9000억원 적다. 진도율은 27.1%에 머물러 지난해 같은 기간(34.6%)보다 크게 낮았다. 부가세는 4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조8000억원 적은 35조9000억원 걷혔다.

소득세가 줄어드는 주요 원인은 부동산 거래 부진에 따른 양도소득세 감소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년동기대비 주택매매량은 38.9%, 순수토지 매매량은 40.6% 각각 감소했다.

◆정부 8~9월 세수재추계 공개 = 하반기 소비 부진이 예상돼 부가세 감소세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부가세는 상품 가격에 포함돼 최종 소비자가 내는 세금이기 때문에 소비가 부진하면 세수가 줄어든다.

정부는 올해 연간 세수가 당초 계획(400조5000억원)만큼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고 8~9월 발표를 목표로 재추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부족한 세수를 충당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정부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정부는 세금 감면으로 경기를 활성화시키면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경기 침체 위기에 대처할 세수마저 부족한 상황"이라며 "6월 중에 세입재추계 결과를 공개하고, 국회에 대책을 성실히 보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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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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