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지난달 외환시장 개입한 사실 밝혀

외환보유액 4210억달러 … 석달 만에 감소

재작년 3분기 이후 대규모 달러 매도 지속

외환당국이 올해도 보유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내다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잠시 주춤하던 달러 강세 흐름이 2분기 들어 다시 출렁이면서 환율 안정을 위한 당국의 조치로 풀이된다.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최근 경상수지 적자로 밖으로 나가는 달러가 더 많은 가운데, 당국이 보유한 외화도 빠져나가는 모양새여서 외환시장 변동성 방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3년 5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액 규모는 4209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4월 말(4266억8000만달러)에 비해 57억달러 줄어든 수준이다.

한은은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과 관련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도한 사실을 인정했다. 한은은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배경으로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조치 등으로 보유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보유하고 있는 외화를 통해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달러화 매도 또는 매수를 통해 시장의 안정성을 도모한다. 한은의 이날 설명을 고려하면 지난달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350원에 육박하는 등 변동성이 커지자 일부 보유 외환을 시장에서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에서 매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분기별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내용을 통해 발표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지난달 감소한 57억달러 가운데 예수금 감소 등의 영향도 있었음을 고려하면 57억달러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추정이다.

문제는 최근 2년간 우리나라가 보유한 외화를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매도해 환율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21년 3분기 이후 대규모 달러 매도가 이어지면서 외환보유액도 크게 줄어드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한은이 매 분기 발표하는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안정화조치에 따르면, 2021년 3분기(-71억4000만달러)부터 2022년 4분기(-46억달러)까지 6분기 연속 달러를 내다 판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시장안정화를 위해 매도한 금액만 598억9000만달러에 이른다. 특히 달러당 1450원에 육박하던 지난해 3분기는 175억4000만달러를 내다팔기도 했다.


이처럼 외환당국이 시장안정화를 위해 보유한 외화를 팔면서 국내 외환보유액도 크게 감소하는 추세이다. 2021년 10월 우리나라 외환보유 규모는 4692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4140억1000만달러로 불과 1년 사이 552억달러나 감소해 외환보유액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올해 들어 지난 4월 4266억8000만달러로 다시 늘었지만 지난달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한편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고를 자산별로 살펴보면, 미국 국채를 비롯한 유가증권이 3789억6000만달러로 전달(3743억4000만달러)에 비해 46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이들 유가증권은 전체 외환보유액의 90.0%를 차지한다. 이밖에 △예치금 178억2000만달러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특별인출권(SDR) 147억1000만달러 △금 47억9000만달러 등을 보유하고 있다 .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는 다른 나라와 비교가 가능한 4월 말 기준(4267억달러) 세계 9위 수준이다. 중국이 3조2048억달러로 가장 많고, 일본(1조2654억달러)과 스위스(9008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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