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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중대산업재해 '그날의 이야기'

고용부 '중대재해 사고백서' 발간

등록 : 2023-11-17 11:52:05

"붕괴 징후를 감지한 이가 있었다. 하청업체 안전감시단 윤석형(가명)씨다. 그는 사고 당일 38층 외벽 거푸집 근처에서 15㎝ 정도의 균열을 확인했다. 건설현장에서 균열이란 아무리 작아도 유의해야 한다. 그는 단체 메신저를 통해 알렸다. 하지만 상급자들은 별다른 코멘트가 없었다. 당연히 현장 작업자들에게 이 내용이 전해지지 않았다."

"이가형(가명)씨는 퇴근을 1시간여 앞두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뭉친 소스를 걷어내기 위해 식품혼합기에 손을 뻗었다. 회전하던 날에 이씨의 오른팔이 끼면서 식품혼합기에 그대로 몸이 말려 들어갔다."

지난해 1월 노동자 6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부상한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참사와 같은 해 10월 SPC 계열사인 경기 평택 SPL제빵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사망한 당일의 이야기다.

7일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가운데 동종·유사 기업이 반면교사로 삼을만한 핵심사례를 전문작가 각색을 거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중대재해 사고백서: 2023 아직 위험은 끝나지 않았다'를 발간했다.

백서에는 이들 사고 외에 삼표산업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로 노동자 3명이 숨진 사고, 세척제에 포함된 화학물질로 노동자 16명이 급성중독된 사고 등 10개 사례가 담겼다.

그동안 중대재해 자료들이 재해에 대한 기술적 내용 등에 집중했다면 이번 백서는 재해 원인뿐 아니라 기업의 작업환경, 조직문화, 안전보건관리체계, 해외 유사사고 사례 등 사고가 발생한 전반적 상황을 분석했다.

소규모 건설현장의 비극도 소개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 위반 '1호 선고'로 알려진 지난해 5월 경기 고양시 요양병원 증축공사장에서 철골자재를 5층으로 옮기던 하청업체 노동자 추락사고다. 이 건설현장에는 안전난간 추락방호망 안전대 등 최소한의 추락방지 장치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백서 마지막에는 지난해 중대재해 사망사고 611건의 사고 개요, 각 사고별 예방 대책을 공개했다. 백서는 고용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자책 플랫폼(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에서도 무료로 볼 수 있다. 11월 중 일반서점에서도 책자 구매가 가능하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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